삼성전자 연초 주가 '8만원' 목전서 퇴보SK하이닉스 신고가 경신 등 반도체株 우위"삼성, HBM 양산 성공에 장기적 전망은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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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 '8만전자'를 목전에 뒀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 훈풍이 SK하이닉스에 집중된데다 한동안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저PBR주'에 쏠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는 7만 원 선에서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직전일인 28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0.41% 오른 7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27일 역시 전일 대비 0.14% 오른 7만290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7만2000~7만5000원 사이에서 지루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지난달 2일 7만9800원을 신고가를 찍은 이후 2월에는 겨우 0.3% 올랐다. 

    삼성전자의 주가 약세는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분산된 영향이 큰 탓으로 보인다. 1월 한달 간 삼성전자의 외국인 수급은 2조3000억 원 가량을 기록했는데, 1371억 원을 사들이는데 그쳤다. 일별 수급만 보더라도 이달 초 375억 원대에서 전일 기준 177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연기금도 2월 한 달간 삼성전자를 5000억원 넘게 매도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밸류업 발표를 앞두고 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저PBR' 종목들이 들썩인 점도 한몫했다. 정부가 저PBR 제고 정책에 대한 지속성을 한동안 시사하면서 투자자들은 PBR이 1 미만인 금융지주· 자동자·공기업 등의 주식을 사들이며 다소 삼성전자의 인기는 주춤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반도체 빅2'인 SK하이닉스 주가는 우위를 보였다. 2월 들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랐으며, 지난 23일에는 주가가 16만6900원의 신고가를 찍는 등 1월 2일 대비 17.2%나 뛰었다.

    2월 들어 SK하이닉스의 주식 매매 동향을 보면 외국인은 1조105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신고가를 찍었던 23일 당일에는 2155억 원을 사들이며 주가를 견인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삼성전자 대비 경쟁력 우위를 가져가면서 투자심리가 엇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20%에 달한다"며 "SK하이닉스와 후공정 반도체, AI 반도체 기업들의 52주 신고가 행진이 있었지만 저PBR 테마를 넘어설 정도로 반도체, IT 업종이 강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가치주도, 성장주도 아닌 방어주 성격을 띠고 있어 미국 경기모멘텀 악화 또는 달러 약세 등이 없는 한 주가가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이 감소하는 동안 성장주인 SK하이닉스, 가치주인 현대차나 기아 등은 부각됐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장기적 주가 전망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업 밸류업' 기대감이 소멸된데다 SK하이닉스처럼 5세대 HBM 제품을 올해 상반기 양산하겠다고 발표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5세대 HBM 'HBM3E'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삼성전자에 직접 러브콜을 보내며 양사 간 'AI 동맹'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부문은 역대 최대 수주 규모인 160억 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매출도 전년 대비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이 AI가속기 및 AI주문형 반도체 생산을 위해 삼성 파운드리로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어 공급선 다변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공세에도 HBM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를 뛰어넘기엔 당분간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 평균치를 3개월 전(15만5318원)보다 11.62% 오른 17만3364원으로 평가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선점 효과는 적어도 올해까지 유지되고, 지난해 물량 기준 50%의 점유율도 올해는 유지가 예상된다"며 "마이크론의 신규 진입과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도 제품과 생산 물량에서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