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공석 6자리 놓고 모자·남매간 지분 경쟁 예정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측 지분 앞서 유리한 상황임종윤·임종훈 사장, 추천 이사 5명 전원 이사 올라야 5대 5 구성 가능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 국민연금, 소액주주 표심 향방 촉각
  • ▲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미래전략 사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한미약품 제공
    ▲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미래전략 사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한미약품 제공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주총)가 열리는 28일이 한미약품그룹의 미래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이사회 진입을 놓고 지분경쟁을 예고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선임할 이사는 최대 6명이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이사는 3~10명인데 현 이사진은 송 회장(사내이사)과 신유철·김용덕· 변호사(사외이사) 등 4명으로 구성돼 있어서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하는 등 총 6명의 이사 후보를 정기 주총 안건에 올렸다.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은 자신들을 포함한 5명의 이사 후보 명단을 제출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임주현 사장·이우현 회장, 임종윤·임종훈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여부다.

    임주현 사장과 이 회장은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간 통합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이후 시너지 제고를 위해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주현 사장도 OCI홀딩스 사내이사 후보로도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서진석 OCI홀딩스 대표이사 사장도 한미약품 사내이사 후보로 이사회 진입을 노리고 있고 한미약품그룹의 약국 온라인몰 ‘온라인팜’의 우기석 대표를 부광약품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대표로 올릴 것으로 알려지는 등 주총 이후 두 그룹간 통합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OCI그룹과 통합 논의를 저지해야 하는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분도 28.42%로 송 회장·임주현 사장보다 적을 뿐만 아니라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이 한미사이언스 측 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한미사이언스가 추천한 이사의 이사회 진입이 불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주총에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한 이사 후보자가 6인을 넘으면 다득표순으로 6인을 선임할 예정이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을 살펴보면 이사 선임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25% 이상)의 수로 하도록 돼 있다.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이 송 회장·임주현 사장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해 추천한 이사 5명이 모두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에 진입하더라도 이미 송 회장·임주현 사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35%여서 정관상 이사 선임 최소 조건을 충족한 상황이다. 즉 한미사이언스 측 신규 이사 1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사진에 들어갈 수 있어 한미사이언스 측은 최소 이사진 구성을 5대 5로 맞출 수 있고 표대결 상황에 따라서는 10대 0의 결과를 가질 수도 있는 셈이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으로서는 사외이사 후보자였던 송욱환 한동대 재단 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한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사 6명 전원이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에 들어가서 6대 4의 구성을 맞춘 뒤 다수의 힘을 앞세워 이사회 결정을 주도해야 하는데 주총에서 5대 5 균형을 맞추는 게 최선의 결과여서다.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고향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11.52%), 국민연금관리공단(6.76%), 15% 안팎의 지분을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어느 쪽을 향할 지가 중요해졌다.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중립을 표방한 신 회장이 모녀과 형제 중 누구를 지지할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를 표방한 단체는 임종윤·임종훈 사장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7일 ‘OCI 제3자 배정을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법원에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신청한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사건에 대해 인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2차 심문기일이 열린 지난 7일에 이어 11일에도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 396명이 255억원 상당의 0.92%의 지분을 모았다. 정기 주총전까지 뜻을 같이하는 소액주주가 더 동참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준용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양측의 주장을 신중히 듣고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총은 오는 28일 오전 9시 경기 화성에 있는 라비돌호텔에서 열린다. 주주들은 직접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전자투표제도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