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안식처 보험주, 한 달 만에 뒤바뀐 주가 흐름두 달간 30% 급등했다가 한 달 새 14% 급락밸류업 호재가 총선 후 악재로…실적 감소 가능성도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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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왜오르株?(왜내리株?)'에서는 주식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핫(HOT)한 종목을 다룹니다. 주식은 둘 중 하나죠. 오르거나 내립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관심 있는 종목의 오르고 내리는 이유를 찾기 마련인데요, 간혹 해당 종목이 왜 오르는지 혹은 왜 내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를 모르고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앞으로 해당 기사를 통해 상승·하락하는 종목들의 이유와 이에 대한 시장의 정확한 해석, 향후 전망까지 톺아봅니다.

    불과 한 달 만에 보험주의 주가 흐름이 손바닥 뒤집듯 뒤바뀐 듯합니다. 

    만년 저평가 종목이던 보험사 상위 10개사를 추종하는 KRX보험지수는 지난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두 달 만에 30.42% 급등했었는데요. 최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지수는 14% 급락했습니다.

    개별 종목으로 들여다보면 주가 변동성은 더 두드러집니다. 1~3월 52% 넘게 상승했던 흥국화재는 지난 11일 하루 만에 7% 가까이 급락합니다. 

    두 달 여간 52주 신고가를 연일 갈아치우며 삼성생명(55.6%), 삼성화재(44.7%) 한화생명(21.0%) 등 일제히 불을 뿜었던 여타 보험주도 지난 11~15일 3거래일 만에 5~9% 넘게 하락했습니다.

    16일 오전 10시20분 기준 삼성생명(-3.2%), 삼성화재(-2.6%), 한화생명(-1.5%) 등은 약세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KRX보험지수가 30% 넘게 오르는 동안 코스피 지수가 11% 상승했고, 14% 급락세를 보인 최근 한 달간 코스피는 2.8% 내렸습니다.

    보험 섹터 등락폭이 전체 지수 흐름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죠.

    단기간에 급등락하는 일이 드문 보험주 특성상 널뛰는 변동성은 참 이례적인 일인데요. 통상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들은 고배당 보험주를 안전한 안식처로 삼습니다.

    오랜 기간 보험주에 투자해왔던 투자자로선 최근 변동성은 멀미가 날 지경일 것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 보험주가 부상했던 비결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급작스레 주가가 내린 이유도 '밸류업'입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상승했던 주가가 배당기준일과 배당락이 다가오면서 조정을 받던 와중에 지난 10일 야당의 제22대 총선 승리는 보험주 상승세를 꺾어버렸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이 175석,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확보하며 22대 국회는 역대급 '여소야대' 구도가 될 전망입니다.

    게다가 보험주는 다른 밸류업 수혜주들보다 실적 면에서 녹록치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의 보험주 약세가 조정이 아닌 주가 정상화 과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죠.

    세부적으로, 생명보험 업종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중단, 환급률 가정 조정에 따른 실적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손해보험 업종도 실손보험 관련 가정 조정에 따른 대규모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감소와 손실계약비용 인식 등으로 인한 실적 감소 가능성, 자사주 활용 주주환원·분기 배당 등 연중 새로운 주주환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긴 사실상 불가하다고 평가됩니다.

    이런 이유에서 손해보험주는 실제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시 소외될 우려가 있다는 관측마저 나옵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에 비해 보험주는 펀더멘털이 더 부진하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보험주는 은행주와 함께 덩달아 오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밸류업 정책 추진에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주주 환원정책도 기대됐지만 실제로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최근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전까지 배당 수위 조절에 나서면서 보험사 대부분 전년 대비 배당성향을 낮춘 것이죠.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다른 금융업종 대비 고령화·저출산 영향이 산업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해외진출이나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계속기업으로서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주주환원 규모나 제고 속도는 점진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보험사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만큼 당분간 보험주의 주가는 소강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보수적인 접근 속에서도 내달 예정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미나 및 가이드라인 제정이라는 재료가 남아 있는 만큼 기대감을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모멘텀은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당국 주관 하에 관련 논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추후 주주환원 및 인센티브 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