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츠 "2000억달러 추가 투자 추산"아직 보조금 받지 못한 반도체 기업들 다수미 상무장관 "제2 칩스법 필요하다"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모습 ⓒ삼성전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를 끝으로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이하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마무리한 가운데 미국이 추구하는 반도체 공급망 핵심으로 올라서려면 제2, 제3의 칩스법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추가적인 칩스법으로 이미 보조금을 받는 삼성과 대만 TSMC가 미국 기업인 인텔만큼의 보조금을 더 받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부양하기 위한 국가별 자금 지원 총액이 약 2000억 달러(약 277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완벽한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갖춘 기가급 팹(Fab) 8개를 건설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중 반도체 공급망 유치에 사활을 걸고 가장 큰 규모 투자에 나선 곳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텍사스 테일러에 450억 달러(약 62조 5000억 원)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하는 삼성전자에 64억 달러(약 8조 9000억 원)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계획을 마무리 지었다.

    미국 정부는 향후 5년 간 총 527억 달러(약 73조 원)를 투입해 글로벌 유수의 반도체 생산 기업들을 미국에 집결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2년 이를 위한 칩스법을 제정하고 직접 보조금 형태로 390억 달러를,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132억 달러를 기업들에 제공키로 하고 2년 만인 최근 이를 분배하는 결정을 발표한 것이다.

    이 중 삼성전자는 세번째로 큰 보조금을 받게 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66억 달러(약 9조 1000억 원)를 미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애리조나 지역에 파운드리 공장 신설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미국기업인 인텔은 이번 칩스법에서 가장 많은 보조금인 85억 달러(약 12조 원)를 받게 된데다 대출 지원도 110억 달러(약 15조 원) 가량 받기로 하면서 가장 큰 수혜자로 꼽혔다.

    이렇게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배분이 비메모리(파운드리)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마무리되자마자 제2, 제3의 칩스법 제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아직 보조금을 받지 못한 반도체 기업들이 다수인데다 이번 지원금 규모가 미국 정부가 계획하는 반도체 공급망 확보 전략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 투자를 확정한 SK하이닉스도 이후 만들어지는 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이나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시장 분석가들은 무엇보다 이번 칩스법에 따른 지원금 규모가 미국이 계획하는 목표에 도달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테크인사이츠 댄 허치슨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에 투입되는 2000억 달러가 큰 금액처럼 들리지만 2030년 반도체 생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총 투자의 8분의 1에 불과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 기업자문사인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파트너인 폴 트리올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칩스법에 따른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최첨단 칩의 5분 1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칩스법에 따른 지원금 규모가 충분하지 않았고 2026년 이후 두번째 칩스법이 제정돼야만 미국의 반도체 생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과 TSMC가 인텔과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비롯한 인센티브 패키지를 얻을 수 있어야만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이미 미국 상무부에서도 제2, 제3의 칩스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2월 열린 인텔의 파운드리포럼 행사에서 "미국 반도체가 세계를 선도하고 싶은데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며 "제2의 칩스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만큼 국내에서도 미국 정부의 추가 칩스법 제정에 촉각을 곤두 세울 수 밖에 없다. 미국 내에서도 삼성과 같은 외국 기업들에 인텔과 같은 자국 기업 못지 않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투자를 더 유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만큼 추후 나올 수 있는 칩스법의 수혜를 더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올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제2, 제3 칩스법 제정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 바이든 정부 대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외국 기업들에 대한 지원보다 자국 기업을 훨씬 우대하는 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