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올해 공시대상기업 88개, 상호출자제한기업 48개 발표GDP 2배 증가에도 자산 5조 규제 2009년 이후 그대로 대상만↑동일인 지정제도 시대흐름 역행 비판 … "총수 등 개인 제재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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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지정제가 매년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1980년대에 비해 경영환경이 크게 변했는데 규제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이 현실성을 잃어간다는 지적이다.재계에서도 과거 재벌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지금은 오히려 대기업을 옭아매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수명을 다한 규제라며 폐지 주장도 나온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88개로 지난해보다 6개 증가했다. 이는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6년(32개)과 비교하면 약 3배에 달한다. 이들은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분류되면 기업집단 현황, 대규모 내부 거래, 비상장회사의 중요사항,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한다.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가 더해지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도 있다. 여기에는 48곳이 이름을 올렸다.
대기업집단지정제는 1986년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출자총액 제한과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당시 상위 30대(10대) 기업집단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7년 34.1%(21.2%)에서 1982년 40.7%(30.2%)로 상승한 것을 제도 도입의 근거로 삼았다.
자산총액 4000억원 이상 그룹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1993~2001년 자산순위 30대 기업으로 바뀌었고 2002~2008년 자산총액 2조원 이상, 2009~2016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바뀌었다. 2017년부터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나눠 분류 중이다. -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규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우리나라만 대규모기업집단에 특별한 규제가 적용돼 글로벌 경쟁기업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규제 부담에 처하는 실정"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력 강화에 일정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GDP이 2배 가까이로 커졌지만 자산 5조원 이상이라는 규제 편입 기준이 그대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이 지난해까지 자산 10조원 이상에서 올해부터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10조4000억원)으로 바뀌었지만 규제 대상은 지난해보다 줄지 않았다.
더불어 대규모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한 명을 특정하고 그 사람에 각종 의무와 형사책임까지 지우는 동일인 지정제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상의는 현재 총수가 2개 이상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를 맡는 경우가 흔치 않고 대부분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춰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봤다.
재계 역시 최근 각종 기업 공시의무가 늘어나면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업무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6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대상으로 기업 공시의무 부담실태 및 개선과제를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 81.6%가 지난 5년간 공시부담이 매우 증가(29.0%) 또는 다소 증가(52.6%)했다고 답했다.
홍대식 교수는 "기업집단 규제를 총수 등 개인에 대한 제재보다는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봤다. 이어 "규제 대응, 지배구조 전환 등을 위해 기업이 투입하는 인력·예산 등은 모두 사회적 비용"이라며 "비용이 생산적인 업무와 혁신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일부에선 제도의 명분인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하위권에 있고, 경제력 집중을 이유로 규제하는 해외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기업집단 지정 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자칫 대기업을 옭아매는 역차별 규제로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