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한수원, 바카라 원전 1.4조 추가 공사비 두고 충돌한수원, 런던국제중재법원 제소 검토 … 양사 로펌 선임국제 분쟁 비화되며 원전 수출 박차 가하는 상황서 찬물양사 갈등 중재 소극적인 산업부에 전문가 "직무유기"
-
- ▲ UAE 바라카원전 4호기 전경.ⓒ한국전력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1조원대 추가 비용 정산을 둘러싼 한국전력과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추가 비용 처리 문제로 발생한 집안 싸움이 국제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그럼에도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재에 뒷짐을 지고 있어 비판이 나온다.2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공기지연 등으로 추가 투입된 공사대금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정산 문제를 두고 한전과 한수원의 입장이 충돌해 국제 중재로 넘어갈 위기다.20조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은 2009년 한전이 주계약자로 나선 '팀 코리아'의 첫 K-원전 수출 성과다. 한수원은 시공 인력 관리와 시운전 업무 등 주요 업무를 맡았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순차적으로 건설돼 지난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운전을 시작, 프로젝트는 마무리됐다.이후 한전과 한수원 간 갈등은 바라카 원전 공사비 정산 문제로 표면 위에 떠올랐다. 바라카 원전 수출 사업은 완수됐지만 주계약자 한전과 한수원 등 협력사 간 최종 정산 문제가 불거져서다.한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한전에 추가 공사 대금 정산을 한전에 요구했다. 한수원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다. 하지만 한수원은 운영지원용역 계약은 양사가 독립법인 자격으로 체결한 만큼 UAE 정산과는 별개로 비용을 정산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한수원은 만일 추가 비용을 보존 받지 못하면 현 경영진과 관련 임직원들에까지 배임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수원은 한전과 관련 협상이 결렬되면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서 진행될 재판에 대비해 로펌까지 선임한 상태다. 양사가 체결한 계약에는 양사 간 이견이 클레임 단계서 조정되지 않으면 LCIA 중재로 해결하도록 되어 있어서다.한수원 관계자는 "협상은 계속 진행하되 결렬되면 결과적으로 국제 중재로까지 갈 수밖에 없다"며 "발주처와의 문제는 직접 계약을 맺은 한전이 풀어가야될 문제인데 한수원까지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은 계약 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반면 한전은 발주처인 UAE 측과 협의해 '팀코리아' 차원에서 공동 대응해 추가 비용을 정산 받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현재 UAE원자력공사 측과 추가 비용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현 시점에서는 추가로 내부 정산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한전 관계자는 "한수원 측에 발주처와의 협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전달했고 클레임 청구 내역에 관한 적격 증빙 제공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국제 분쟁에 대비해서 로펌 선임까지는 이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
-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연합뉴스
일각에선 이처럼 국제분쟁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진데에는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의 발언이 단초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김 사장은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추가 정산금을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한전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회사가 모회사를 상대로 제기했기 때문에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김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추가 비용 정산 문제에 대해 양사 실무진 간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상황에서 나온 김 사장의 공개 발언을 두고, 한수원은 양사 간 입장 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내달로 예정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계약을 비롯해 향후 해외 원전 수주전에서 팀코리아의 조직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이같은 양사의 충돌은 찬물을 끼얹고 있는 형국이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집안 싸움이 국제 망신으로까지 번질 위기지만,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중재에 소극적인 모습이다.다만 국회 산자위에서 한전과 한수원 간 분쟁과 관련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현재 한전과 한수원으로 이분화된 원전 수출 체계 개편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 장관은 "거버넌스 개편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하고 있고 향후 좀 더 국가적으로 효과적 방법을 마련하겠다"며 "조만간 관련 용역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산업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산업부 산하의 두 기관 간 일인데 산업부가 나몰라라 하는 것은 직무 유기"라며 "LCIA까지 갈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면 나라 망신으로 향후 해외 원전사업에서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이어 "중재에 나서야 할 산업부가 뒷짐을 지고 있고 한전도 묵묵부답이니, 경영진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한수원으로선 제소를 검토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국제 원전시장을 놓고 볼 때 국제 분쟁은 발생하면 안될 일인 만큼 정부가 중재해 추가비용을 교통정리하거나 펀드 지원 등의 추가적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