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기업 옥죄기法… 경제계 목소리 귀 닫아소수주주에 지나친 의결권… 투기자본 방어 취약노조에 무소불위 권한… 외국기업들 "韓 철수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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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본격 시행이 현실화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줄잇는 ‘기업 옥죄기’ 법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지며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과 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대통령은 "상법과 노란봉투법의 목적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노사의 상생을 촉진해서 전체 국민경제의 발전을 뒷받침하는데 있다"며 "이런 입법 취지를 살리려면 노사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상호 존중, 그리고 협력의 정신을 더욱더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규제 한층 강화2차 상법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3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차 상법개정안(이사 충실의무 확대,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의 후속으로 추진됐다.경영계에선 사용자 방어권과 같은 보완 장치 마련과 함께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만은 반드시 제외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파업 대상에 포함되면서 경영 자율성도 크게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자산 2조 이상 상장사에 도입을 의무화한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시켜 소수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하며,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 투표할 수 있다.집중투표제 도입 시 이사회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진입을 유도, 이사회가 파벌화될 위험이 제기된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경영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률 자문 및 소송 비용이 증가해 기업의 재무 부담 또한 증대할 수 있다.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제도로 이번 상법개정을 통해 분리선출 감사위원이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게 됐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 외부 주주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2020년 도입됐다.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으로 외국 투기자본이 감사위원 자리를 장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소버린 사태처럼 외국 자본이 배당 확대와 자산 매각 등 단기 이익을 요구하며 기업의 장기 전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 ▲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가 지난해 국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모습ⓒ뉴데일리DB
◆ 1년 내내 파업해도 속수무책… 경제계 노란봉투법에 수심 가득이날 국무회의에서 함께 의결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해 원청의 하청과의 노사 교섭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것은 물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과 관련해서도 파업할 수 있도록 하며, ‘부득이한 손해’에는 배상책임을 면제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노란봉투법이 노동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입법 과정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두 차례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하기도 했다.경영계에선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이 근로자에 부담이 된다’는 노란봉투법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사용자 범위는 현행법을 유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 만은 반드시 제외해달라고 호소하는 등 노란봉투법에 사용자 방어권과 같은 보완 장치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이 헌법상 보장된 경영권을 침해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권의 본질적 사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용자의 고유 권한인데,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까지 협상 대상이 돼 기업 경영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어서다. 특히 다수의 형사처벌 조항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호한 사용자 지위 기준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법조계 지적도 나온다.실제로 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이후 노조의 쟁의 행위는 한층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인 현대제철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고소한 상태다. 노조는 원청인 현대제철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채 하청노조와의 직접교섭을 거부하며 부당노동행위를 해왔다고 주장한다.6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뤄낸 현대차 노조도 올해는 쉽지 않은 협상을 예고하고 있고, 한미 경제협력의 1등 공신인 조선업계도 부분 파업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등 잔뜩 긴장된 분위기다.연이은 기업 옥죄기법에 재계는 투자 환경 악화를 우려한다.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가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투자기업 100개사의 한국지사 대표 또는 인사 담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이 노란봉투법 리스크를 이유로 투자 축소나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