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탓 한 때 침체... 예술거리로 재탄생지자체․`문화부 “가수 김광석의 고향” 착안40여명의 예술가들이 노래와 벽화로 단장
  • 가수 김광석이 태어나고 5살까지 자란 대구 대봉2동 방천시장. 최근 지역의 뜻있는 화가들과 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전국적인 명소로 거듭났다. 방천시장은 주말마다 작품전, 전통시장 살리기 특별전,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 등 다양한 행사들이 이어진다. 최근에는 시장상인들이 옛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걸어놓는 등 자발적인 참여도 이루어지고 있다. 김광석의 추억을 따라 바람 불어오는 방천시장을 걸어보자.

    김광석은 이곳 대봉동에서 출생해 5세까지 자랐다. 1968년 아버지를 따라 상경했고 경희중, 대광고를 졸업하고 명지대 재학 중에 통기타그룹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1988년 ‘동물원 1집’과 1989년 ‘김광석 1집’이 나왔을 때 당시 젊은이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전국 투어 콘서트 1천회 돌파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자살은 아직도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움과 슬픔을 자아내고 있다. 골목길 벽화에는 고 김광석을 추모하는 벽화와 글들이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다. 옛 분위기를 찾아 방천길을 찾은 시민들은 겨울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시장 모퉁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래를 들으며 옛 추억에 빠지게 한다.

    방천시장은 지난 60여 년간 칠성시장, 서문시장과 함께 대구 3대 시장으로 유명했었다. 그러나 인근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한 때 방천시장은 점포가 1,000여 개에 달하며 찾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현재 상가는 총 65개 정도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 이같이 침체된 시장을 살리기 위해 문광부와 중구청은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지역에 있는 예술가들을 불러와 시장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고 대구 대봉동이 고향이었다는 故 김광석을 콘텐츠로 활용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구청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문전성시 프로젝트’로 방천시장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2009년 2월 방천시장 내에 사무국이 설치됐으며 2009년 3월부터 11팀의 선정 작가들이 입주해 자신들의 작업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며 5월부터 6월까지 약  2개월간 작품을 전시했다. 오픈 행사로 고사 퍼포먼스, 간판 조형물 달기 등이 펼쳐졌고 작가들의 공예품, 작품판매, 골동품 교환 등 벼룩시장도 열렸다.

    방천시장을 자주 들려서 사진작업을 했던 사진작가 오성민(30)씨는 “2년 전부터 대구, 서울 등에서 예술을 전공하는 40여 명의 예술가가 이곳을 꾸미기 시작했었다”며 “그 전까지 이 골목은 암흑 지대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시장 골목은 2년 전만 해도 각종 쓰레기를 더미를 쌓아 놓는 지저분한 곳이었다. 이곳을 젊은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롭게 변화시킨 것이다.

    방천시장에서 상주작가로 있는 이희령(42) 작가는 “방천시장 골목에는 노점상도 없었다”며 “이런 곳을 젊은 작가들이 매서운 추위를 견뎌가며 바꿔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요즘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 시장을 찾고 있다. 이희령 작가는 “시장이 이제 조금 살아나기 시작했으니 여기서 그치지 말고, 관계기관과 예술가들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문정성시 사업이 꾸준히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방천시장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시장 옆 외진 골목에 예술을 입힌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다. 이 길엔 김광석 씨의 사진과 그림이 예술적으로 배치돼 있어 1980년대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골목을 먼저 들어서면 노란색 배경 안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문구, 가사와 함께 故 김광석 씨의 민들레 홀씨를 부는 그림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걸어가면 김광석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예술을 만날 수 있다. 김광석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만화에서 그의 노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주제로 만든 나무 우체통 등 정서를 자극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옥신각신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 안에서도 ‘예술의 세계’는 펼쳐진다. 시장 입구에는 故 김광석 씨의 노래가 아련히 흘러나오며 시장 곳곳은 예술가들이 그린 그림과 작품들로 다채롭게 꾸며져있다.

    지난 1월 28일 방천시장이 주관해 경북대에서 ‘김광석 노래 부르기’ 행사가 열렸다. 가수 이은미, 동물원 등 10개 팀이 참가해 구름처럼 몰린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김종호 중구청 주무관은 “‘김광석 노래 부르기’는 방천시장뿐만 아니라 대구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며 “그 감동을 이어 방천시장 어귀에서 다시 故 김광석 씨를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월부터 김광석 벽화 작업을 다시 시작해 6월에 마무리 할 계획”이라며 “이 모든 것들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친구들과 인터넷 기사를 보고 왔다는 이형우(28)씨는 “김광석 테마 길을 걸으며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있다”며 “시장 곳곳에서 현재와 과거의 예술들의 만남이 느껴진다”고 즐거워했다. 김원규(21)씨도 “시장이 온통 예술의 거리”라며 “김광석을 잘 모르는데 오늘 집에 가서 김광석 노래를 다시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김광석을 테마로 만든 길은 30~40대에게 따뜻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김광석의 노래를 기타치며 자주 불렀다는 여영훈(36) 씨는 “이런 작은 시장에서 김광석의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며 “아들에게도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데리고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정원(52)씨는 “예전보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다”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추진한 것들이 점점 흐지부지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와 상인들이 서로 협력하여 김광석 골목에 계속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 방천시장은 어떤 곳인가?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방천시장은 신천에 놓인 12개의 다리 중 하나인 수성교에 자리 잡아 신천 제방을 따라 길게 장이 섰다고 해서 ‘방천’시장이다.

    시초는 1945년 광복 후 일본과 만주 등지에서 돌아온 분들이 호구지책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1960년대부터 싸전과 떡전으로 명성을 얻었고 한때 1천여 개의 점포가 들어섰을 만큼 규모가 커 대구 3대시장으로 손꼽혔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후 대형 쇼핑공간이 주변에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방천시장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9년. 대구시와 중구청이 지역 미술작가들과 주민들과 힘을 모아 점포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프로젝트인 ‘별의별 별시장’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글,사진=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