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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 제조업 부진에 이번 '최순실 파문'으로 인한 정책부진까지 겹쳐 경제는 마비 직전이다. 이같은 총체적 위기 상황을 타계할 처방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30일 한국은행,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지지부진한 조선·철강의 구조조정에다 삼성·현대차그룹 '빅2'의 갤럭시노트7 단종과 파업으로 제조업과 수출이 타격을 입은 사이, 최순실씨 국정개입 논란으로 국정공백 우려까지 나오면서 한국경제가 동력을 잃고 있다.
이는 경제·정치가 동시에 위기에 빠졌던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초 노동법 파동으로 정국이 마비됐고, 한보그룹 부도 등 대기업 부도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위기 징후는 무엇보다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3분기 기준 전분기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2.5%) 이후 7년6개월만에 하락폭이 가장 큰 것이다. 제조업 성장 기여도도 2009년 1분기(-0.6%) 이후 가장 낮은 -0.3%포인트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제조업 부문이 부진한 것은 올 3분기에 삼성·현대차그룹 '빅2'의 부진 등으로 주춤한 영향이 크다.
삼성·현대차그룹 매출이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나 되는데, 올 3분기 삼성은 갤럭시노트7 단종, 현대차는 파업·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휘청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갤럭시노트7 단종, 현대차 파업 등이 많이 영향을 미쳤다"며 "자동차 생산소비와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전자기기 휴대폰 업종의 생산소비, 수출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쳐 제조업 증가율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9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갤럭시노트7의 리콜사태와 현대차 파업 영향 등으로 전기 및 전자기기가 4.1%, 수송장비는 13%나 감소해 전체 수출물량이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여기에 최순실씨 국정개입 논란으로 경제정책 추진 동력 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사태조사를 위한 특검논의가 한창이고,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면서 경제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활동 부진에 정국 혼란까지 업친 데 덮친 상황이 연출되면서 향후 경제전망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26일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 수준으로 올해보다 0.1%포인트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보다 더 낮은 2.2%로 각각 내다봤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경제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대선 등으로 인해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배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1년 이후 가계소비, 설비투자, 제조업 생산, 수출이 모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빅2' 위기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에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1997년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대우조선, 한진해운, 빅2 위기, 최순실 게이트 속에서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며 내년 3% 성장을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중립적인 팀을 구성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산업재편, 구조개혁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