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9~10월 삼성전자 12兆 넘게 순매수…'빚투' 규모도 역대급주가 추락에도 외인 매도 물량 받아내…저점 매수로 비중 확대HBM 시장 성공 전망 엇갈려…"주가 역사적 저점, 추가 하락 제한적"
  •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쓸어담고 있다. 하반기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강한 매도세에 주가 부진이 지속되는 삼성전자를 저점 매수에 나서며 비중을 늘리는 모습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10월 두 달간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12조35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가 13조841억원어치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 투자자는 해당 물량 대부분을 받아냈다.

    개인투자자들은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31일 기준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는 1조97억원으로 나타났다. 해당 잔고가 1조원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 11일(1조156억원)이 처음으로, 이후 줄곧 1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30일 기준 코스피 시장 전체 신용융자잔고(10조4492억원)의 10분의 1가량이 삼성전자에 몰린 셈이다.

    최근 두 달간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대에서 5만원대까지 20.3% 급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는 3분기 실적 부진에 따른 여파가 이어진 탓이다. 앞서 삼성전자가 지난달 8일 발표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9조 원, 9조1000억 원으로 각각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밑돌았다.

    또한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폭풍 매도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사들이는 건 삼성전자 주가가 기초체력보다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조정을 받는 사이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지난 25일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5만50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주당순자산가치(BPS·5만6413원)마저 밑돌았다. 

    그간 시장의 의구심을 높였던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 이슈에서도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1일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엔비디아 HBM 공급과 관련 '유의미한 진전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콜에서 HBM3E 엔비디아 공급 여부와 관련해 "주요 고객사 퀄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이에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3분기 HBM3E 매출 비중은 10% 초중반 수준"이라며 "일부 사업화 지연으로 전분기에 발표한 수준을 하회하지만 4분기에는 매출 비중 50%를 예상한다"며 "복수 고객사향 HBM3E 8단 및 12단 판매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향후 HBM 시장 진입 시점에서 삼성전자와 경쟁사 간 격차가 여전히 존재할 것이란 지적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모멘텀은 현저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HBM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격차 축소가 중요하다"며 "4분기 중 HBM3E 8단 제품의 주요 고객사 공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지만 12단 제품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경쟁사와의 시장 진입 시점에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낙관적 판단을 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9만5000원에서 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향후 엔비디아 공급으로 인한 체질 개선이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 엔비디아와 AMD에 대한 HBM3E 제품 공급을 본격화하며 HBM3E의 기술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PBR 1배 수준까지 낮아진 주가의 반등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시장의 불신이 팽배해 있는 만큼 반등 시 주가 탄력성이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았다.

    최근 주가가 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으로 주춤했지만 4분기까지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부진했던 낸드 수익성도 가격 반등으로 빠르게 정상화 중"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했으나 최근 주가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