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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이 전통시장 상인들의 화재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며 만든 ‘전통시장 화재공제 사업’에 자본금이 ‘0원’인 것으로 지난 11일 확인됐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정부의 공제 보험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화재 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중소기업청(청장 주영섭, 이하 중기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시장 김흥빈, 이하 공단)은 은행 대출과 기획재정부 긴급 요청 등을 통해 자본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공단 ‘기초 자산 마련 실패’ 인정…“일단 운영비 아껴보겠다”
중기청과 공단은 지난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통시장 화재 공제 사업에 자본금이 '없다'고 인정했다. 자본금이란 보험사가 망하더라도 가입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최소한의 자산을 말한다.
일반 보험은 보험업법(제9조: 자본금 또는 기금)에 따라 300억 원 이상의 기초 자산(자본금)을 만들어야만 보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노란우산공제회도 20억 원을 갖고 시작했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전통시장 화재공제 사업 관련) 자본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고, 기초 자산 확보에 실패했다”며 “2016년, 2017년 화재 공제 사업 운영비를 아껴서라도 자본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화재 보상을)법적으로 정부가 보장하겠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시장 상인들이 가입 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제 사업 운영비를 아껴 자본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추상적인 대책이어서 상인들의 공제 사업 신뢰도는 크게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공단 관계자가 밝힌 화재공제 사업 운영비는 직원 인건비, 마케팅비 등의 사업 운영비를 말한다. 공단은 중기청으로부터 지난해와 올해 각 각 10억5,000만 원 씩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이 예산을 아껴서 자본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대책이다.
2016년 잔여 예산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올해는 화재 공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해여서 상당한 예산이 홍보‧마케팅‧컨설팅비로 지출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공단은 현재 전통시장 화재공제 상담사(보험설계사) 15명을 모집하고 있고, 각종 설명회, 컨설팅 등을 시작한 상태다. 수 억 원의 운영비 지출은 불가피하다. 결국 자본금으로 활용될 예산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통시장 화제공제 사업의 최대 보상액은 건물-동산을 합쳐 최대 3,000만 원이다. 만일 운영비의 절반인 10억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가정할 경우 1,500만 원 보상 기준으로 66개 점포만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지난 15일 화재가 난 여수수산시장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특약의 경우 대인, 대물 보상이 가능한데, 최대 보상 한도가 1억 원씩이어서 특약까지 합하면 자본금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 '운영비를 보상금으로 활용' 법적으로 가능할까?
법적으로 위법 소지도 존재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공단은 화재공제 사업 운영비를 공단의 타 사업과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화재공제사업 운영비를 기존 사업의 예산으로 혼용할 경우 예산의 보험 사업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므로 공제 사업 운영비는 순수하게 운영비로만 쓰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중기청은 은행 대출과 기획재정부에 긴급 요청을 통해서라도 자본금 공백을 메우겠다는 입장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시장 화재 시 전통상인 특별법 상 중기청과 공단의 사업비로 보상을 하는 것은 위법소지가 있으므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자본금을 최대한 마련하고, 만일 보상금 액수가 자본금을 넘을 경우 공단을 통해 은행 대출을 받게 하거나 기획재정부에 긴급하게 요청해서라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기청과 공단은 지난 9일부터 전통시장 화재공제 상인 모집에 들어갔으며, 올해까지 2만개 점포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점포 크기, 화재 위험성 등급에 따라 6만6,000원~30만4,500원을 공제하고 있다. 특약 가입에 따라 대인, 대물도 보상 받을 수 있다. 민영 손해보험보다 최대 63%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