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적 기금 5천억 유로에 일시증액 효과 더해 기금 분납 시한 5년에서 3년으로 앞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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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이 구제금융기금의 대출 한도를 약 8천억 유로로 일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들은 3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 기금 등을 모두 합쳐 총 8천20억 유로의 위기 진화 `방화벽'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는 내년 7월 1일 EFSF를 대체해 들어설 유로존의 항구적 구제금융기구인 ESM의 대출 한도는 당초대로 5천억 유로로 제한키로 했다.
다만 내년 6월30일까지는 EFSF를 병행 운영하고 이 기간 동안 EFSF의 기존 대출액 2천억 유로를 유지키로 해 대출한도는 1년 간 7천억 유로로 늘어난다.
여기에다 그리스 등에 대해 EU가 기존에 양자 제공 형식으로 약속한 자금 등 1천20억 유로까지 더하면 방화벽의 규모는 총 8천20억 유로가 될 것이라고 유로그룹은 밝혔다.
유로존은 또 EFSF의 기금 잔액 2천400억 유로를 예비 방화벽으로 설정키로 했다.
이는 EFSF가 폐기되는 내년 6월 말 이전에 기존 방화벽으로 충분치 못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 회원국 정상들의 합의를 거쳐 비상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EU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유로존은 이와 함께 ESM의 대출 여력을 조기에 확보함으로써 시장을 더 안심시키기 위해 ESM 자본금 납입 시한을 당초의 5년에서 3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들은 올해 7월과 10월, 내년에 두 차례, 2014년에 한 차례 등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ESM 자본금 분담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밖에 유로존 회원국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양자 대출 방식으로 1천500억 유로를 추가로 출연하기로 했다.
유로그룹은 성명에서 "그동안 재정 운영 규정을 강화하는 여러 조치들을 취해왔고 이제 방화벽 확대를 결정함으로써 여건이 크게 개선돼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우리의 국제적 파트너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20(주요 20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유로존 스스로 충분한 방화벽을 쌓아야 국제사회도 지원해줄 수 있다면서 대폭 증액을 축구해 왔다.
유럽 증시는 이날 오후 구제금융 증액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또다시 흔들리고 있는 스페인 등 유로존 핵심국가들에 위기가 닥칠 경우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집행위와 프랑스 등은 당초 EFSF와 ESM을 전면 병행해 대출 한도를 총 9천400억 유로로 늘릴 것을 요구해왔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의 대출 한도가 최소 1조 유로는 넘어야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독일 등은 국내 정치를 의식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이에 반대했다.
결국 실질적인 항구적 구제금융 규모는 5천억 유로에 불과해 향후 시장이 부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일각에선 보고 있다.
한편 이날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회의가 끝난 직후 합의 사실을 미리 기자들에게 전했다.
회의 주재자인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펙터 장관의 사전 발설에 불쾌감을 표하고 당초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EU 실무 관리들이 추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회의 합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