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4755조 투자 … 장기 자금 조달 구조는 아직 미정산은 TF·정부 금융 협의체도 미가동, 정책금융 역할은 안갯속美·日은 금융지원 병행 … 한국은 산업 청사진만 먼저"산업보다 늦은 금융" … 메가프로젝트 실행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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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4755조원 규모의 반도체·인공지능(AI) 메가프로젝트 청사진을 내놓으며 산업 대전환에 시동을 건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장기 자금조달 체계는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재정 지원과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침은 제시됐지만 이를 금융으로 연결할 실행체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삼성과 SK를 중심으로 총 4755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2655조원, SK는 2100조원을 투자하고 호남·충청·영남권에는 1558조원의 신규 투자를 추진한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약 800조원 규모로 조성되고 AI 데이터센터는 2029년까지 8.4GW·550조원, 2035년까지는 18.4GW·100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구상이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속도전을 주문했다. 토지 보상과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고 전력·용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라고 지시했고, 반도체 초과 세수를 활용한 재정 지원과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침도 밝혔다.

    산업 정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금융 지원 체계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금융당국은 국민성장펀드 150조원과 산업은행의 'KDB 넥스트 코리아' 프로그램 250조원 등을 통해 첨단산업 지원 방향을 제시했지만, 프로젝트별 자금 조달 구조와 정책금융·민간금융 간 역할 분담을 담은 종합 금융 로드맵은 사실상 공백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형 산업 프로젝트의 정책금융을 사실상 총괄하게 될 산업은행 내부에도 아직 전담 TF가 꾸려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차원의 별도 금융 협의체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사업 규모와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정책금융의 역할과 금융 조달 구조 역시 후속 논의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메가프로젝트의 실행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용수시설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자금이 투입되는 초장기 프로젝트다. 개별 금융기관의 대출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책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맡고 시중은행과 자본시장, 연기금 등을 연결하는 금융 구조를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주요국의 국가 전략사업은 산업 정책과 금융 지원이 함께 설계됐다. 미국은 CHIPS법을 통해 보조금과 세제지원, 금융지원 체계를 동시에 마련했고 일본도 국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국가 전략산업일수록 산업 정책과 금융 지원을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해 투자 속도를 높인 점이 공통적으로 꼽힌다.

    은행권의 기업금융 수요는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은 6월 한 달 동안 4조 9285억원 증가하며 6개월 연속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1조 7368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규제로 기업금융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메가프로젝트까지 본격화하면 대규모 금융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 청사진과 재정 지원 의지는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이를 금융으로 연결하는 실행체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수천조원 규모 국가 프로젝트일수록 정책금융과 민간 자금의 역할을 미리 설계해야 투자 속도와 사업 안정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