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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전통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시장상인들이 마트 휴업일에 맞춰 특가판매와 문화행사 등을 준비하고 나서면서 매출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마트휴업일을 지정한 지자체들은 “시장에 손님이 20% 이상 늘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전국 단위 규모로 첫 강제휴무에 들어간 지난 4월22일. 서울 강동구와 성북구⋅송파⋅강서⋅관악구, 경기 성남⋅수원, 부산 남구 등에 있는 대형마트 114곳과 SSM 345곳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해당 지자체가 매주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휴업을 대비한 시장과 지자체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강동구 양지골목시장이다. 양지골목시장은 지난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강원도 직거래 장터’를 운영했다. 농민들이 직접 물건을 가져와 시장에서 판매했다. 300여 가지의 특산품을 한 자리에 모아두니 ‘박람회’를 방불케 했다.
강동구에 따르면 이날 행사기간 동안 시장을 찾은 손님은 30% 이상 늘었고, 상인 매출도 4~5배 증가했다.
강동구 일자리 경제과 김형숙 과장은 “강원도 먹거리와 문화가 전시되면서 시장으로 놀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김 과장은 “주부들이 신선한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지방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해주니 나들이 겸 찾은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양지골목시장이 ‘먹고 노니는 그야말로 ’장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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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시장 돌아오는 마트 휴업일인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라남도 직거래 장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상인회를 주축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영우 상인회장은 “첫 번째 장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니 상인들이 ‘열심히 준비하면 마트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다음 행사준비에 더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남 회장은 “전남의 음식, 물건, 문화를 보여주는 대규모 장터를 기획중”이라고 했다. 서울서 볼 수 없었던 농촌의 풍경을 재연한다는 것이다. 볏짚을 이용해 초가집을 연출하고, 물레를 돌려 삼배 옷감을 짜는 모습, 선조들의 농기구와 전남의 대표적인 대나무 물건 등도 전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마트 휴업일에 대비해 사전 준비를 한 시장은 많은 손님을 끌어 모았다.
지난 4월22일 경기도내 수원 정자시장, 부천 역곡북부시장 등 30여개의 시장은 동시에 ‘전통시장 큰 장날’을 열었다. 사물놀이 공연과 덤 주기 행사 등으로 평소 주말보다 20% 많은 손님을 유치했다.
대구 달서구 서남신시장도 이날 ‘노마진 행사’와 동시에 3배 많은 포인트를 적립해줬다. 서남신시장 현호종 상인회장은 “평소 일요일보다 손님이 50%이상 늘었다”며 “정부에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마트 휴업일을 정해줬으니 손님을 끌어 모으는 것은 우리 상인들이 몫이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정부도 ‘전통 시장 살리기’에 힘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하 시경원)은 전국 시장에 ‘특가판매 상품을 신청하라’고 주문했다. 대형 마트가 쉬는 날에 맞춰 시장에 ‘정부 비책용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풀겠다는 것이다. 오징어나 배추 등의 품목 중 상인회가 원하는 것을 신청하면 된다.
시경원은 “농림부와 협의를 통해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6월까지는 의무휴업일에 맞춰 전통시장 마케팅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