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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신속히 추진하되 기한을 정하지 않고 ▲주가를 높여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며 ▲다양한 매수수요를 파악해 보겠다는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번째와 두번째 원칙은 당연한 원론적 언급이다. 문제는 '다양한 매수수요'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다양한 매수수요를 찾지 못했다. 매수수요를 찾는 것은 우리은행 민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다.
그는 정치권이나 은행 임직원(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매각반대론이 일 가능성이 있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안전운행'만 택하려 했다는 평이다. 재벌이나 해외 투기자본 등은 물론, 해외 금융회사나 국내 사모펀드 등도 매각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하고 국내 금융회사들이 인수해 주기를 바랬다.
금산분리 원칙과 론스타에 팔렸던 외환은행의 그 후 행로를 지켜봤던 경제관료로서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변양호 신드롬(관료들의 보신주의)'의 영향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 결과 현실적으로는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만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로 여력이 없고 교보생명은 단독인수 능력이 없다.
그러나 재벌과 해외투기자본을 제외하고도 검토 가능한 대안들이 있다. 그 대안들은 모두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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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뱅크' 방식
이명박 정부 초기에 한때 검토됐던 메가뱅크 방식은 대형 은행간 합병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은행을 키우자는 취지였다. 합병의 시너지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지금도 검토 가능한 방식이다.
KB나 신한 입장에서는 우리은행을 인수하더라도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높아지 않으면 실익이 없다.
그러나 대형 은행간 합병은 큰 모험이다.
당장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힐 것이며, 이를 감수하고 강행할 수 있는 '오너십'이 '주인 없는' 금융회사인 KB와 신한에는 없다. 합병의 시너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대형 은행간 합병은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과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처럼, 정부가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민주' 방식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면서 그 주식을 특정 대주주가 아닌 전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국민주' 방식은 과거 한국통신(현 KT)과 포항제철(현 포스코)를 민영화할 때 적용했던 방식이다.
이 방식을 우리은행 민영화에 적용할 경우, 국민 혈세(공적자금)로 되살린 은행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중산층의 재산증식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부수적으로 우리은행 주가를 띄워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정부가 주식 한 주도 없으면서 민간 기업을 사실상 좌지우지한다는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KT와 포스코도 정권의 향배에 따라 '외풍'을 많이 겪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금의 KB금융그룹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검토해 볼 만한 대안의 하나다. 정부와 정치권의 외압은 지배구조 때문이 아니다.
◇외국계 금융사, 사모펀드
외국계 금융회사나 국내 사모펀드에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방안도 있다.
지난해 인수전에 단독으로 뛰어들었던 중국 안방보험처럼, 우리은행에 관심을 가진 외국계 금융사들이 있을 수 있다.
외국계 금융사에 우리은행을 넘기면 '국부의 해외 유출' 논란이 예상되지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외국계 금융사가 최대 주주다. 론스타 같은 사모펀드의 '먹튀'만 막을 수 있다면 검토 가능한 대안이다.
국내 사모펀드 중에서도 우리은행에 관심을 가진 곳들이 있다.
이들은 자금력이 관건이어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그 구성만 잘 감시하면 국부의 해외 유출은 피할 수 있다. 다만 먹튀 논란에선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