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개발청이 10일 투자유치설명회에서 중국 태양광 관련 기업 CNPV사와 태양광 제조시설 건립에 관한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새만금청이 밝힌 투자 규모는 3000억여원으로, CNPV사가 MOU대로 투자를 이행할 경우 중국 기업의 국내 그린필드(제조업 직접투자) 분야 최대 투자 사례가 될 전망이다. 투자계획을 보면 CNPV사는 우선 2383억원을 투자해 1단계 태양광 모듈사업을 시작하고 2단계 태양 전지 셀 제조시설에 최소 600억원 이상을 투입하게 된다.

    CNPV사는 중국 산둥성 동영시가 절반쯤의 지분을 보유한 시정부 산하 공기업이다.

    새만금청은 투자 유치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투자설명회 개최에 맞춰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9일에는 국토교통부 기자실을 찾아 백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문제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보도자료에 MOU 체결을 입주계약 체결이라고 잘못 표기했다는 점이다.

    단순한 실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새만금청에서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기까지 여러 단계의 수정·검토과정을 거쳤을 것을 고려하면 새만금청 투자유치부서 관계자들이 모두 눈뜬장님이거나 보여주기에 급급한 나머지 MOU를 입주계약으로 둔갑시킨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MOU는 원래 국가 간 외교교섭 결과 서로 양해된 내용을 확인·기록하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남기는 문서로 된 합의를 말한다. 지금은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쓰여 쌍방 간 합의 내용을 확인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MOU를 맺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MOU가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합의 내용을 어겨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MOU가 본계약으로 이뤄지는 비율은 통상 10%쯤으로 알려졌다. MOU는 맺었지만, 나중에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사례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출상담회 등을 통해 수천억 원 규모의 MOU를 맺었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나중에 보면 수출계약 금액은 수십 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백브리핑 현장에서 새만금청 관계자에게 왜 MOU를 입주계약이라고 적었는지 물었지만, 즉답을 듣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전화를 걸어와 이번에 CNPV사와 맺는 것은 MOU가 맞다고 확인해줬다.

    투자유치업무 담당자가 초짜여서 MOU와 입주계약을 헷갈렸던 것일까? 이번 MOU 체결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검토했을 새만금청 관계자들에게 성과 내기에 급급해 전시행정이라는 집단 최면에 걸렸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새만금사업은 총사업비가 22조원이 넘게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민간자본 유치 등이 지지부진해 개발사업 진척 속도가 더딘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만금청 처지에서 투자설명회에 맞춰 이뤄지는 이번 MOU는 존재 이유를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다. 단순 MOU를 입주계약으로 둔갑시켜 호도한 이번 촌극은 성과 부풀리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