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거래일간 순매수 1위 SK하이닉스·순매도 1위 삼성전자주가 회복세도 '희비'…하이닉스 보합·삼전 17% 급락HBM 관련 기술 격차가 주가 갈라…스마트폰·PC 메모리 수요 부진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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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모리 반도체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호실적에도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무섭게 팔아치우고 있다. 반면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는 사들이고 있어 양사 간 벌어진 HBM 기술 격차가 투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9월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를 무려 10조708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의 순매수(10조7662억원) 규모만큼 불과 2개월 만에 삼성전자 주식을 던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7월 중순부터 이어진 국내 주식 매도세를 잠시 멈추고 순매수에 나선 지난 26~27일에도 '팔자'세는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이틀 만에 3412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9월 마지막 거래일인 30일에도 690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의 수급은 뚜렷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3거래일간 외국인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9256억원), 순매도 1위는 삼성전자(-1조344억원)이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과도했던 우려가 일정부분 해소되고 있음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유독 삼성전자를 적극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주가 추이 역시 희비가 갈리고 있다. 지난달 SK하이닉스는 0.52%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는 17.23% 급락했다.
지난 30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종가 기준 6만1500원으로, 지난해 3월 22일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최저가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지표들이 부진한 성적을 내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한데다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론'을 제시하면서 8월 이후 반도체 주가 전반이 깊은 조정받은 것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 성적표는 유독 아쉽다.
주가를 가른 건 SK하이닉스와 벌어진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격차다.
HBM 분야 세계 1위인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하며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SK하이닉스는 HBM 중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고객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12단 역시 엔비디아에 우선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로 SK하이닉스가 월등히 앞서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능 문제로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이 큰 스마트폰과 PC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점도 우려로 부각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범용 D램 매출 비중이 높아 PC 및 스마트폰 수요 부진에 따른 단기 가격 정체에 따른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 저점인 1.1배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인데다 아직 HBM 매출 확대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HBM 매출 확대를 통해 D램 가격을 차별화하면 해당 경쟁력에 대한 입증도 기대할 수 있다"며 "주가의 상승 가능성을 고려한 매매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11월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는 시간이 지나면 성장주라기보다는 시클리컬(경기민감)주로 변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경기침체 정도를 반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11~12월부터는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