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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수협은행'의 탄생을 위한 얼개가 모두 그려졌다.
내년까지 수협중앙회 내 금융부문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해 수협은행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수협은 자본확충과 수협은행 자회사 분리 및 경제사업 중심으로 조직 재편 등을 골자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수협의 구조 개편과 관련한 수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법률 개정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수협 조직개편을 내년 하반기까지 모두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앞서 해수부는 5월 29일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막바지 관건은 2조원에 달하는 자본조달 방안이다.
일단 2001년 예금보험공사가 투입한 공적자금 1조1500억원의 출자전환은 가닥이 잡혔다. 상환의무가 있는 우선주라는 걸림돌이 있긴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보통주 전환이 유력하다. -
나머지 9000억원 중 3000억원은 수협이 자구노력으로 해결한다. 중앙회 출자 2260억, 회원조합 출자 500억, 임직원 출자 240억원 등이다. 세후 순익이 70억원 남짓인 수협이 마련할 수있는 최대치다. 미국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금리인상 리스크 등을 감안할 경우 이를 넘어설 경우 재무건전성 악화로 중앙회 정상경영 마저 곤란해질 수 있다.
추가 6000억원은 수협중앙회가 수금채 6000억을 발행해 차입한다. 해수부와 수협은 정부가 5년간 이자비용을 보전해 주기를 기대한다. 5년만기 2.5% 기준 年150억원, 5년 750억원이다.
해수부는 "이 같은 지원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며 당정협의를 통해 조속히 매듭짓겠다"고 밝히고 있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시 정부가 이차보전 4조, 현물출자 1조 등 5조원 가량을 지원했던 것을 염두에두고 있다.
유기준 해수부장관은 지난 6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수협구조개혁 부문을 불법어업국 지정 해제 등과 함께 성과사업으로 꼽으며 자신감을 보였다. 예산 수반 문제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와 잘 얘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기재부는 소요자본금 조달을 위한 잇단 재정지원 협의 요청에 아직은 답이 없다.
지난 20일 열린 국회 예결위에서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은 △수협이 기재부에 요청하는 재정지원 규모 △그에 대한 기재부의 입장 △예산지원 불발시 초래될 문제점 등을 질의내용에 포함시켰으나 원론적인 답변만 들어야 했다.
대신 기재부는 이달초 수협중앙회-수협은행 분할시 세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제를 지원하는 '수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조세특례'를 신설했다. 수협중앙회의 원활한 사업구조개편 지원을 위함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사실 수협은행의 독립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않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10년 각국 은행이 충족해야 할 자본비율을 강화한 '바젤Ⅲ'를 내놓았고 수협을 제외한 우리나라 17개 은행은 모두 2013년 '바젤Ⅲ'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했다.
당시 수협은 준비기간을 감안해 2016년 말까지 유예를 받았다. 유예 만료시점이 다가오면서 수협으로서는 자본비율 강화를 위해 주식회사 형태로의 독립법인화가 불가피해졌다.
만약 수협이 현 상태에서 바젤Ⅲ 도입시 2조원 자본 대부분이 비적격 자본으로 분류돼 BIS비율 급락한다. 공적자금을 2017년부터 연차적으로 모두 상환하면 자본금은 사실상 '0원'이다. 정상경영이 불가능하다.
또 현행 사업구조하에서는 수협은행이 중앙회 및 회원조합으로부터 자본조달이 불가능해 향후 공적자금 상환과 자본확충 병행도 곤란해진다. 연 300억원씩 분담하는 중앙회 공통관리비 및 회원조합 IT서비스 제공도 힘들게 돼 중앙회와 회원조합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미친다.
결국 어업인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과 어업인 교육지원사업 등의 위축을 불러 어촌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
반대로 원활한 사업구조 개편시 기대되는 효과는 크다.
보통주 조달방안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 자산성장이 가능해진다. 수협은행 수익성 제고로 경제사업 및 어업인 교육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 공적자금 상환 완료시 신용자회사 배당전액을 농협처럼 고유목적사업에 투입할 수 있으며 영업수익의 2.5% 이내의 명칭사용료를 통해 중앙회 지원규모도 늘릴 수 있다.
협동조합의 공공성 강화와 수익성 창출모델 만들 수 있다. 최근 수협이 카지노 등을 갖춘 복합리조트 사업에 뛰어든 것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의 분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은행인 듯 하지만 은행같지 않은 은행'이라는 달갑지 않은 소리를 들었던 수협이 명실상부한 독립 은행으로서 거듭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