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비이자수익 새 동력으로 삼아
  • ▲ 400조가 넘는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은행권의 WM 각축전이 시작됐다ⓒ뉴데일리 DB
    ▲ 400조가 넘는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은행권의 WM 각축전이 시작됐다ⓒ뉴데일리 DB

     

    금융자산이 10억원이 넘는 국내 고액 자산가는 대략 18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만도 406조로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14%가 넘는다. 1인당 평균 22억원 수준의 큰 손들이다.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급격히 줄어든 은행권이 이른바 '부자 고객'을 타깃으로 앞다퉈 자산관리(WM)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고령화ㆍ저금리 등으로 자산관리에 대한 고객 수요가 늘고 있고 은행 입장에서도 생존을 위해 비이자수익(수수료수익 등)을 늘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관리는 장기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꼽히고 있다. 이 분야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외국계 은행 뿐만 아니라 PB서비스를 제공해온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WM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국내은행들은 고액 자산가 외에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온·오프라인 서비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 직원의 PB화를 선언한 KEB하나은행은 PB서비스 전문직원 1700명을 전 지점에 배치한데 이어 고액자산가들에게만 제공하던 PB 전용자산관리 대상을 1억원 미만 고객까지 확대했다. 고객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투자성과 분석은 물론 상속, 부동산, 금융종합소득과세 등 개인재무 설계 및 포트폴리오 설계 등을 받을 수 있다.

    지점 수가 1100개 넘는 KB국민은행은 지점 마다 투자상담을 맡는 VM(Vip Manager)를 배치해 고객들을 관리하고 있다. 영업점과 PB센터의 협업 체제로 은행거래 고객이라면 누구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온라인 PB제도도 운영중이며 상속증여서비스를 포함한 가문관리 서비스(Family Office)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최근 자산관리 서비스 자격 요건을 금융자산 3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자산이 1억원 이상만 되면 복합점포인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PWM)'에서 은행과 증권의 통합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 은행들은 저마다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부자고객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뉴데일리 DB
    ▲ 은행들은 저마다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부자고객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뉴데일리 DB


    우리은행 역시 인터넷뱅킹 고객을 대상으로 펀드 전문상담원과의 전화 및 이메일 상담을 진행하고 필요 시 펀드전문가와의 1대 1 화상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복합점포를 운영하면서 고액자산가에게 집중되던 부동산, 세무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중산층으로 확대했다.

    자산관리 원조격인 외국계 씨티은행과 SC은행은 PB서비스 리뉴얼 작업을 진행중이다. 대상을 5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태블릿 PC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플랫폼' 활용해 찾아가는 뱅킹 서비스까지 선보이고 있다.

    관건은 PB서비스를 수익성으로 연결시키는데 있다.

    여전히 국내 은행들의 PB서비스는 금융상품 판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서비스 수수료를 받는데는 이르지 못한다. 금융상품을 사준 데 대한 부가서비스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PB 인력과 점포 운영 등 고정지출이 많다보니 은행들도 계열사의 금융상품 판매에 더 집중하는데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판매중심의 수익구조로는 적정 수준의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만큼 자문서비스를 수수료 창출이 가능한 사업모델로 구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고객 니즈에 맞는 다양한 투자상품 개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유연한 상품구조 설계가 가능한 신탁상품과 연계해 종합자산관리서비스 폭을 넓여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부자 모시기에 나선 은행들이 제대로된 수익을 올리려면 고객이 납득할만한 수준까지 자산관리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