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면 올해 중으로 새 주인을 맞게 될 KDB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이 지난해 증권업계 가운데 눈에 띄는 수익성을 자랑했다. 현재 사명으로는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연간 실적발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지난해 29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45.9% 증가한 수준으로 지난 2010년 기록했던 3207억원의 순익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회사 자체적으로는 5년 만에 최대치다.특히 29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 2873억원을 기록한 메리츠종금증권 등을 제치고 당기순익 기준 2015년 증권업계 전체 1위를 확정했다.
이같은 대우증권의 선전과 관련, 업계는 강점을 충분히 살려 이끌어낸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초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리테일(소매금융)의 효과를 크게 봤다.
지난해 2월 취임한 홍성국 사장은 '프라이빗뱅커(PB)하우스' 신설 등 리테일을 강조했다. 타 증권사들이 불황 속 리테일을 축소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였다. 취임 당시부터 회사가 매각이슈에 놓여있었지만 인력감축을 통한 몸값 높이기 보다 오히려 리테일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을 추진했던 것.
이같은 전략은 곧바로 1분기부터 효과를 냈다.
연초 주식시장에 거래대금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리테일 수익으로 대다수 증권사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고, 리테일에 특히 집중한 대우증권은 더욱 큰 효과를 봤다. 자산관리(WM) 부문과 함께 기업금융(IB) 역시 선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110억원, 2분기에는 1183억원을 올리며 상반기 중 2천억원 이상의 누적순익을 쌓았다
결국 홍성국 사장의 '사람이 답이다'라는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미래에셋의 인수를 앞두고 '증권업은 사람장사'라는 각인을 확실히 심어 '인수 후에도 오히려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는 박현주 회장의 계획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오히려 뒷걸음질 친 1701억원에 그쳤고, 3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낸 대우증권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인수자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홍성국 사장이 리테일을 축소한 것이 아닌 오히려 '독보적 PB 하우스'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 시장에서 통했다"며 "국내 최고 수준의 PB를 육성해 자산관리(WM) 역량을 강화해 소매금융을 성장시키면 다른 사업 부문과의 불균형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는 발상도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도 지난해 2014년 대비 646% 급증한 279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전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그룹과의 관계, 강성 노동조합 이슈에서 최근 몇년 동안 부침을 겪어왔고, 특히 지난해 회사가 매각 직전까지 갔던 상황에서 기록한 호실적이다.
위탁매매 부문을 비롯해 투자금융(IB), 상품운용 등 주요 사업부문에서 실적이 고르게 증가했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유동성위기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군계일학에 가까운 성적이다.
특히 현대증권은 타 증권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급격하게 수익성이 악화됐던 것과 달리 끝까지 뒷심을 발휘해 28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증권은 1분기 867억원, 2분기 834억원으로 상반기까지 170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쌓은 이후 3분기에는 회사 매각에 따른 관련 이슈들이 절정에 다다르며 176억원의 순익을 내는데 그쳤다.
반면 4분기 들어 리테일부문의 고른 실적을 바탕으로 일본 이온쇼핑몰 매각 등 부동산 투자수익이 반영되고, IPO(기업공개) 등 투자금융 실적이 증가하며 90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일부 증권사들이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하거나 순익이 급감한 점과 대조적으로 현대증권은 4분기에 분기별 최고 순익을 올린 것.
이처럼 4분기 발휘한 뒷심으로 증권업계 연간 순이익 순위에서도 현대증권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을 제치고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에 이어 4위를 기록하게 됐다.
이에 따라 재매각 작업에서도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실적이 개선돼 가치가 높아지고 인수 후보군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각을 추진할 당시에 비해 주가는 떨어졌지만 오히려 매물로서의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