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KB금융, 대우證 인수실패 이후 다시 격돌할까관건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부담 요인
  • 지난해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다시 만난다. 다만 현대그룹이 매각 진정성을 인수전 과정에서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성사 여부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나란히 현대증권 매각절차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매물이 나온 상황에서 검토를 해보겠다는 것이 양측의 입장이다.


    다만 업계는 지속적으로 한국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이 규모를 키우기 위한 행보를 진행하고 있고, 특히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실패했던 만큼 현대증권 인수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자기자본 3조3000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증권 인수시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의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KB투자증권 역시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헤지펀드 등 전문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를 말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 라이센스를 취득해 단번에 대형IB(투자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인수전은 자연스럽게 뜨거워질 전망이며 키움증권, 국내 사모펀드, 중국계 자본도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증권은 국내 5대 증권사 중 하나로 지난해 27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증권주가 연일 급락하는 가운데 현대증권의 주가도 연초 대비 18% 이상 하락하며 가격 메리트도 부각되고 있다. 당분간 시장에 나오기 어려운 대형 증권사라는 점도 강점이다.


    특히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재매각을 비롯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확정하며 현대증권을 매각할 수 밖에 없다는 상황이란 점도 인수희망자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다만, 현대그룹이 매각을 강도 높게 추진할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 현대증권 매각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의지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이 현대증권 매각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우선매수청구권이란 제3자에 매각되기 전 같은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난해 진행된 현대증권의 매각 과정에서도 현대그룹의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서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사는 계약) 의혹이 불거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 인수전이 그리 뜨겁게 진행될 것 같진 않다"며 "실사 기간이 짧고 그룹 위험(리스크)이 큰 데다 작년에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된 경험 탓에 외국 자본도 쉽게 덤비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그룹은 매각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은 저가 매수 방지를 위해 통상적으로 보유한 것으로 오히려 이를 포기하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일부 현대증권에 관심을 둔 후보가 가격을 낮추려고 우선매수청구권을 문제로 거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이달 29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아 이르면 3월 말까지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매각 자문은 EY한영 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22.43%와 기타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0.13%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