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해양수산청·서산시 의견수렴 믿고 시행령 개정 착수… 주민 반발 빗발쳐서산시 부실한 의견수렴이 원인… 민감한 사안 확인 소홀했다 지적도
  • ▲ 서산 대산항.ⓒ연합뉴스
    ▲ 서산 대산항.ⓒ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충남 서산 대산항 개명 논란에 휩싸여 골치를 앓고 있다.

    지역 의견수렴을 마쳤다는 소속기관 대산지방해양수산청과 서산시의 말을 믿고 법령 개정에 나섰는데 대산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해수부는 가만히 있다가 뒤통수 맞은 격이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11일 해수부 등에 따르면 서산 대산항 이름을 서산항으로 바꾸는 문제로 서산지역 주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산발전협의회 등 대산읍민은 지난 3일 해수부를 항의 방문해 개명 반대 뜻을 전달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25년간 사용해 온 명칭을 바꾸는 것은 혼란만 일으킬 뿐 항만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관련 법 시행령을 고치려던 해수부는 일단 개정 움직임을 멈췄다. 공감대가 형성돼 의견이 모이기 전에는 개명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명 논란과 관련한 내막은 이렇다. 2014년 9월 한국항만경제학회가 주관한 포럼에서 대산항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름을 서산항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산항은 '읍'단위 이름을 사용하는데 물동량 처리 기준으로 전국 10위권 항만 중 유일한 사례라는 것이다. '시·군'단위 이름이 보편화해 있는 만큼 무역항으로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개명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지난해 6월에는 서산상공회의소가 나서 대산항 이름 변경 건의문을 해수부와 국회 등에 제출했다.

    대산청은 올해 2월 서산시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이름 변경을 해수부에 정식 건의했다. 지난달 15일 열린 개청 2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차태황 청장이 행사에 참석한 윤학배 해수부 차관에게 대산항 이름 변경을 위해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대산청의 신청을 받고서 바로 관련 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과거 평택·당진항, 진해항 사례를 통해 항만 이름 변경이 지역 간 이해관계가 얽힌 민감한 사안임을 학습한 상태였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소속기관과 서산시가 의견수렴을 충분히 했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산시가 대산청에 지역주민 의견수렴 결과를 전달하면서 대산읍민 반대 의견을 충실히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산시 관계자는 "대산청에 개명의 당위성과 지난해 10월 개최한 전문가·주민 토론회 내용 등을 전달했다"며 "토론회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았고, 주민 100%가 찬성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서산시는 그동안 대산읍민을 상대로 수차례 개명 관련 설명회를 열려 했지만, 번번이 주민이 거부했다는 태도다. 다시 말하면 대산읍민은 개명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사안으로 봤다는 얘기다. 엄밀히 말해 서산시가 대산읍민 의견을 수렴한 것은 지난해 8월 이장단회의와 10월 토론회가 전부다. 서산시는 두 번 모두 뚜렷한 반대의견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산시는 토론회에 대산읍민이 몇 명 참석했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서산시 관계자는 "총 70여명이 참석했고, 분명 대산읍민을 몇 명 봤다"고 강조했다.

    대산청은 대산항 개명 필요성을 느껴 항만 관련 종사자와 업계 관계자를 상대로 총 5회에 걸쳐 의견을 자체 수렴했고, 서산시에 주민의견을 물었다는 설명이다.

    대산청 관계자는 "개명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대산읍민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었다"며 "만약 서산시가 전달한 의견에 대산읍민들이 반대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면 해수부에 개명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서산시의 얼렁뚱땅 행정에 해수부가 놀아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수부가 그간의 학습효과에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 확인을 소홀히 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