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계약 이탈 가능성 높아 중단... 실효 계약자 보험료 납입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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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구리에 사는 이모(여)씨는 5년 전 암보험에 가입해 매달 6만원씩 총 36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했다. 이 씨는 5년간 매달 1일에 보험료를 내오다가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6월, 7월 두 달간 보험료를 연체했고 7월 31일에 실효(해지) 상태에 놓였다. 이 씨는 설계사로부터 보험료를 1개월 치만 내면 유예 상태로 부활(효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6만원을 납부해 계약을 이어갈 수 있었다.

    삼성화재가 내달부터 보험료를 한달치 덜 낸 상태에서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유예부활(간이부활)을 폐지할 계획이다.

    유예부활은 고객 입장에선 보험료를 한달 미납한 상태에서도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유용한 제도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계약을 이어가기 쉽지 않고 사실상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대표적인 유명무실한 제도로 꼽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유예부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효 상태에 놓인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보험료를 납부하는 부담을 일부 덜어주고, 계약 이탈을 막으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유예부활 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타 보험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다음달 19일부터 유예부활 제도를 없애고 일반부활 제도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유예부활이 보험 계약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수익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예부활이란 보험료를 2개월 이상 내지 못해 실효된 시점에 1개월치 보험료만 내면 별도의 청약서 없이 계약을 이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6월, 7월에 보험료를 내지 못해 7월31일자로 실효가 됐다면 실효 된 이후에 1개월치 보험료만 납부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살리는것이다. 원래대로라면 7월31일 시점에 두달 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해야 정상 계약으로 회복될 수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 요청에 따라 실효 상태에서 한달치 보험료를 납부하면 유예 상태로 부활을 해주는 제도를 운영해왔다"며 "하지만 정상적인 부활이 아니다보니 또다시 실효가 발생하는 등 계약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해당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개월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하지 않으면 정상 계약으로 되돌리지 못하는 것이다.


    보험계약의 실효란 보험료가 두 달 이상 연체될 경우, 보험회사가 연체사실 등을 알린 뒤 계약을 해지해 그 효력을 상실시키는 것이다. 계약자는 실효 상태가 되면 사고가 나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고 부활을 해야만 한다.

    보험계약 부활은 일반적으로 일반부활과 유예부활(간이부활)로 나뉜다. 일반부활은 첫 계약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별도의 청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아울러 연체된 보험료와 이자를 내야하고 '계약 전 알릴의무'를 지켜야한다.  

    반면 유예부활은 계약이 실효된 상태에서 미납보험료를 일부 납부하면 별도의 고지의무 절차나 연체이자 없이 보험계약을 이어가는 제도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체적으로 유예부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화재의 유예부활제도 폐지로 인해 고객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실직 등 경제적인 사정으로 인해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배려없이 단칼에 보험 해지 통보를 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한 보험 가입자는 "5년 동안 보험료를 충실히 납입해오다 경제적인 사정으로 2달만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했다고 보험이 해지된다는 건 너무 보험사 입장에서 생각한 것 아니냐"라며 "납입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험 실효 처리를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고객 불만에 대해 금융감독원도 뾰족한 묘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활제도는 일반부활을 제외하고는 관련 규정이 따로 없는데 보험사들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예부활제도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예부활은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부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