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전에 새 운항계획 마련… 한진해운 마지막 연명줄
  • ▲ 한진해운.ⓒ연합뉴스
    ▲ 한진해운.ⓒ연합뉴스

    당장 청산은 면한 한진해운이 기사회생하려면 이달 안에 새로 가입할 예정이던 새 세계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 잔류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원은 발 빠르게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지만,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는 이른바 청산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어 교통정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2일 한진해운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현재 속한 해운동맹(CKYHE)으로부터 '선복 교환 중단 알림' 문건을 받았다. 사실상 퇴출 통보를 받은 것으로, 영업에 큰 타격이다. 원양선사는 동맹에서 퇴출당해 뱃짐을 공유하지 못하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

    실낱같은 희망은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일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회사의 모든 채무가 동결되므로 영업력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해운동맹 잔류는 필수조건이다.

    문제는 법정관리행이 가시화하면서 한진해운이 새로 가입할 예정인 해운동맹(디 얼라이언스)에서도 곧 퇴출당할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이 정상 운항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서둘러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한진해운이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면 해운동맹에서 빠질 걱정이 없다"면서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으니 동맹 회원들은 한진해운이 정상 가동될 수 있는지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 판을 짜는 해운동맹은 10월 전에 새로운 내부운항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운동맹으로선 이달 안에 새 운항계획을 짜며 한진해운을 포함할지 여부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진해운에 주어진 잔류 협상 시간이 많지 않은 셈이다. 법원은 법률상 관리인(현 석태수 대표)이 다음 달 28일까지 조사보고를 하고, 11월25일까지 회생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해운동맹이라는 버스가 떠난 뒤일 수 있다.

    김 본부장은 "해운동맹은 이익단체로 만장일치는 아니나 상호 형평의 원칙이 적용돼 한 회원사라도 반대하면 잔류하기 어렵다"며 "한진해운이 정상 가동될 수 있다는 신호를 서둘러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 회생 또는 파산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1일 내놓은 자료를 통해 "(한진해운의) 자산 양도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청산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현대상선에 매각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 우량 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선박 인수가 걸림돌이다. 현재 한진해운 소속 선박은 벌크 44척(용선 22척), 컨테이너 101척(용선 64척)이다. 운항 중인 컨테이너 선박은 95척이다. 배가 현대상선에 넘어간다면 한진해운은 항로에 투입할 배를 잃게 된다. 김 본부장은 "(금융당국은) 현대상선에 배를 넘기는 게 효율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배가 넘어간다고 화주까지 같이 옮길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화주는 적어도 1년은 화물 운송을 맡겨야 하므로 선사의 서비스 품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2일 김영석 장관 주재로 해운·항만·물류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수출입 운송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국내 물류업계에 국내 선사를 적극 이용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물류난이 발등에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애국심에만 호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

    관건은 한진해운이 재가동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방법이다. 법원은 인수합병(M&A)을 전제로 한진해운을 도울 수 있는 후원기업을 발굴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공기업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밀린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한진해운 선박의 레싱작업(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일)을 거부해온 부산신항 업체들이 2일 항만당국이 발 벗고 나서면서 작업에 복귀한 게 일례다. 부산해양수산청과 부산항만공사, 관련 업체들은 이날 대책회의를 열고 항만공사가 항운노조원들의 8월분 임금을 노조에 직접 지급하기로 해 사태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