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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는 수년째 회사마다 돌아가며 노사 갈등을 연출 중이다.
지난해 업계가 반짝 호황을 누리긴 했지만 수년간 지루하게 이어졌던 불황과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M&A(인수합병)으로 증권맨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직', '정리해고'란 단어는 그 자체로 아프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가정이 무너지는 일이다. 정규직, 계약직을 불문하고 회사가 직원을 일방적으로 짜른다면 회사의 경영진에 대한 무능을 우선적으로 물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다수 노조는 조합원은 물론 직원 모두의 권익보호를 위해 뛰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노조에 대한 지지보다는 오히려 불만과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느낌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물론이고, 노조라는 지위와 힘을 오로지 자신들만을 위해 쓰고 있다는 불만의 빈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부 증권사 노조 집행부 자리를 맡고 있는 상당수가 사내 업무성과는 맨 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다수 직원들의 권익을 위해 노조업무에 집중하기 때문에 증권맨 본연의 업무에 소홀할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그러나 성과는 물론 근무태도가 좋지 않아 지점 또는 부서 동료들의 짐이 돼 자신들의 자리가 위태로운 이들이 자신들의 안녕을 위해 노조의 힘을 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쏟아지고 있다.
노조 소속 직원과 비노조 직원과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일부 증권사의 이야기다.
그러나 직원들을 위해 존재 가치를 갖는 노조가 '그들 만의 창과 방패 수단'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조직의 위기이자 노동조합의 위기다.
이미 증권업계는 인수합병과 더불어 줄어드는 리테일부문 수익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그에 따른 구조조정, 성과제 개선 및 도입 등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증권업은 전통적으로 지점을 중심으로한 리테일 부문에서 돈을 벌어왔기 때문에 '사람이 곧 재산'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소수의 인력이 대규모 수익을 내는 IB와 WM, S&T 등으로 바뀌면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증권사들은 인력감축이 필요하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이 무작정 사람을 줄이기 보다는 직원 개개인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과정은 뼈를 깎는 체질개선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우리회사 리테일 부문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도출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노조가 해고와 구조조정을 위한 작업이라고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주장하며 투쟁을 강행하면 회사입장에선 답이 없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전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똑같이 나누던 관행에서 벗어나 실적별로 차등 지급하고, 직원들의 동기의식을 부여해 회사를 정상화시키자는 계획에 노조가 강력 반발하면서 차질을 빚었던 한 증권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직원들에게 실적을 올린 만큼 메리트를 더 부여해 근로의욕을 북돋고, 회사의 체질·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견수렴 결과를 무조건 적으로 반대해 제자리 걸음을 되풀이한다면 이 회사의 미래는 자명하다.
특히 이같은 상황에서 만약 다수의 노조 간부들이 사내 대표적 저성과자라는 점이 부각될 경우 여론은 급격히 기울 수 있다.
걸음이 느린 직원들도, 조직에 좋은 결과를 안겨주는 직원들도 모두 융화돼 회사와 직원이 함께 살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시점이다.
요즘 업계 분위기가 확실히 좋지 않다. 노조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여야만 하고, 그러다보니 사측에 대한 반작용이 더 크게 발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노조도 스마트하게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알고 싸우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싸워야 이긴다. 이겨야 직원들의 생존권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