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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한은)이 설립 후 사상 처음으로 본점을 옮기는 작업에 착수한다.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본관 지하 금고에 보관 중인 수조 원 규모의 현금은 강남본부를 비롯한 수도권 본부로 분산된다. 다만 금고 관리와 화폐 수급업무를 총괄하는 발권국이 강남본부에 입주할 예정이어서 한은 금고의 '강남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31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현재의 본관 건물 리모델링 계획에 따라 3년간 입주할 태평로 삼성본관 건물의 내부 수리 공사를 내달부터 시작한다.
삼성본관 건물에 대한 한은의 임차 계약도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임차 기간은 2020년 4월까지 3년간이나 상황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한은은 본관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는 3년 뒤 다시 현재의 본관 자리로 돌아올 예정이다.
삼성본관으로 이전하는 한은은 전체 28층 건물 중 1층부터 18층까지를 사용하게 된다.
한은은 다음 달부터 4개월간 건물 내부 공사를 진행한 뒤 5월 하순부터 6월 하순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한은 이전은 설립이래 처음인 만큼 각종 금융결제가 이뤄지는 전산시스템부터 보안용 문서, 지하 금고의 현금(미발행화폐)에 이르기까지 신경 써야 할 작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전 작업은 한 달이 걸리고, 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핵심은 지하 금고에 보관 중인 현금을 옮기는 작업이다.
수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은 지하 금고의 현금은 한은 강남본부와 수원, 인천 등 수도권에 있는 한은 지역본부의 금고에 분산해 보관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현금을 어떻게 옮기느냐다.
한은은 이 문제에 대해 보안사항이라며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통상 10㎏짜리 사과상자에 5만원권으로 12억원까지 담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송 대상 화폐는 어림잡아 사과상자 1만개 분량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옮기려면 한은이 사용하는 현금수송차량 수십 대가 동원돼야 하며 수십 명의 경비인력까지 투입하는 대규모 이송 작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안전한 화폐이송을 위해 이를 수차례에 걸쳐 분산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12년 한은 제주본부가 신축 건물로 이사할 때도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옮기는데 대규모 경비인력을 동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휴일이나 밤 시간대를 이용한다 해도 이 정도 분량의 현금이송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시로 화폐 유출입이 이뤄지는 점을 이용해 소규모씩 여러 차례로 나눠 이송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 금고의 현금 유출입은 수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화폐를 공급할 때 여유 화폐의 일부를 강남 등지로 조금씩 옮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