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조4000억 이탈…코스피 '발목' 잡혀


  • 올해 들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이 이어져 3조4000억원 넘게 빠져나갔다. 

    코스피는 최근 2,200선 탈환과 최고점 돌파까지 한때 노렸다. 하지만 단기 고점이라는 인식에 번번이 발목이 잡히고 있다. 투자자들이 원금 확보와 차익실현을 위해 쏟아내는 환매물량 탓이다. 때문에 코스피가 다시 박스권 장세에 갇히는 조짐마저 보여주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9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 3조4360억원의 투자금이 순유출됐다.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은 국내 주식형의 환매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같은 기간 2조9297억원이 빠져나갔다. 최근에도 12일 연속 자금 순유출 행진을 이어갔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된 날은 올해 들어 5거래일에 그쳤다. 

    이 기간에 해외 주식형 펀드의 자금 순유출액은 5천6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이탈은 코스피가 상승세를 타면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펀드 해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에 코스피는 2,026.16(1월 2일)에서 2,166.98(3월 29일)로 6.95% 올랐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 행진은 박스권 상단에서 매도하고 하단에서 매수하는 매매 패턴의 연장"이라며 "지금은 기업이익 수준이 한 단계 올랐음에도 차익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게 이전과 다른 점"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를 대체할 투자 상품이 늘어난 것도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행진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펀드 시장을 보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사모펀드로 많은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메자닌 펀드나 부동산 펀드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5∼6년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비관적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이탈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투자자의 실망이 컸다"면서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이 상장지수펀드(ETF)도 못 따라가는 등 성과가 좋지 않아 계속 자금이 빠져나갔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을 돌파해 한 단계 수준이 올라가면 다시 한 번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오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의 비관적 전망과 차익실현 시도로 당분간 환매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2,150∼2,200)을 뚫고 올라가면 자금이 재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사드 이슈도 순차적으로 해결된다면 코스피 상단을 돌파할 여지가 많이 생긴다"면서 "지금은 오르기 전에 물량을 담아야 할 시점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