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위반 80%가 중소사업자…갑질하면서 대기업 비판은 모순"
  •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족 2번째)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중소사업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족 2번째)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중소사업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단체장들을 만났다. 취임 후 1개월여만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내놓은 첫 발언은 사죄였다. "가장 먼저 만나야 할 분들이 중소사업자와 관련 단체장들인데 4대그룹 경영진을 먼저 만났다"는 이유에서다.

     
    592개 중소기업협동조합으로 이뤄진 중기중앙회,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 536개 중견기업을 회원사로 둔 중견련이 '재벌 개혁'에 나서는 공정위에 힘을 실어달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대한상의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희 LG 사장과 회동을 가진 바 있다. 김 위원장은 "4대그룹 전문경영인을 먼저 만났는데 순서가 바뀌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 공직자로서 익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널리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대기업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경제사회적 약자인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공정위에 부여된 시대적 책무임을 강조한 바 있다"며 "오늘 이 자리는 중소사업자들이 경영 현실에서 느끼는 애로사항 등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과거 공정위에 대한 자기 반성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인정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혁신 작업을 시작하겠다. 공정위에 태스코포스(TF)를 구성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혁식 작업은 공정위 내부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의중을 반영해 공정위가 국민들의 기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와 같은 솜방망이 제재를 하는 공정위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적 제재를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등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하도급법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사업자의 약 79%가 중소사업자이며, 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 등 위반사업자의 상당수도 중소기업인"이라며 "중소사업자들이 더 작은 영세사업자에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대기업의 갑질로부터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사업자단체는 회원사들의 권익 증진과 함께 회원사들이 스스로 법을 준수하고 모범적 경영 관행을 실천하도록 하는 자율규제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과연 전체 회원사들의 이익을 공정·공평하게 대변하고 있는지, 일부 회원사들의 잘못된 경영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업자단체들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회원 기업들을 대상으로 윤리규범 제정·보급, 법 위반 예방교육 실시, 법 위반 회원 기업 자체 징계조처 등의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사업자단체 자체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향후 업종별 단체와의 만남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3개 단체 회장과 부회장을 모셨지만 각 단체마다 특수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루 빨리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자주 소통을 하면서 이해를 넓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김 위원장의 말에 공감을 표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과 경제적 약자배려, 불공정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적임자"라며 "'김상조 효과'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재벌대기업 개혁에 대한 일관되고 강력한 의지를 가져달라"며 "중소기업계도 공정위의 행보에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호갑 중견련 회장도 "경제민주주의는 국민 성장을 달성하고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앞으로 공정위를 뒷받침하며 묵묵히 지켜보겠다"며 "대기업과 갑을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공정위에 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이른바 '다이나믹 코리아'를 만들려면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의 처지가 개선돼야 한다"며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잠재력이 폭발한다. 다이나믹한 한국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의 법과 제도만으로 부족하면 국회와 협의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며 "앞으로 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