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수렴 과정서 모든 직원 절박감 느껴야" vs "새로울 것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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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내부 개혁 드라이브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깊은 고민과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반응과 함께 전시행정의 단면이 보이는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정위 내부 개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에 대한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려면 조직이 바뀌어야 한다"며 "밖으로 재벌개혁과 갑을관계 문제 해결 못지않게 조직 혁신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국민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개혁 방안으로 상향식 의견수렴을 제시했다. 심판관리관, 감사담당관, 노조 지부장 등으로 기획단(TF)을 꾸려 조사절차와 사건절차 규칙, 공무원 행동강령 등의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TF에 국장 등 고위 간부는 배제했다.
김 위원장은 "각 구성원에게 임무를 줬다"며 "심판관리관에게는 심판위원과 이해관계자의 비공식적 접촉 근절 방안, 감사담당관에게는 과(課) 단위 의견수렴 등을 주문했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특정 기업에 조사내용이 사전에 알려지는 등 조사절차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있다. 문제점을 살펴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는 취임 전에 있던 일도 제 책임이다. 조직 혁신을 통해 국민 신뢰를 높이겠다"고 조직 혁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 위원장의 공정위 개혁 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은 고민과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공정위 개혁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아이디어도 있다. 하지만 전례 등에 비춰볼 때 조직의 장이 하달하는 하향식 개혁이 잘 될지 의문"이라며 "규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541명 직원이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가 왜 지금 이걸 해야 하나'라는 절박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 진행과 관련해 "철저히 상향식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안팎으로 공개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다분히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상향식 개혁을 강조했지만, 취임 이후 일정 부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앞장설 테니 따라오라는 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심판관리관에게 임무를 주며 심판위원이 이해관계자와 접촉하는 비공식적 절차가 분명 있으니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취임사에서 내부 기강 확립을 언급하며 "업무상 기밀 유지를 위해 업무시간 외에 공정위 OB나 로펌(법무법인) 변호사 등 이해관계자와 접촉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기록을 남기라"고까지 세밀하게 짚어줬다.
또한 김 위원장은 TF에서 조사절차 규칙 등을 개정할 거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잠정'이라는 전제하에 조사부서 팀제 전환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조사관 한 명이 한 기업을 전담하지 않고 팀이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결정도 같이 하는 방식으로 조직체계를 개선하면 어떨까 한다"고 부연했다.
엄밀히 말하면 조사절차가 아닌 조직체계 전환을 말했지만, 내용에는 조사업무를 투명하게 하려면 내부 감시망을 가동할 수 있는 팀제가 효율적이라고 지침을 준 셈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팀제 전환이 잠정적인 방향이라고 했지만, 이날 사전 배포한 공정위 보도자료에는 내부 규칙·직원 행동강령 관련 내용에 사실상 '팀제 운영'을 기정사실로 못 박고 있다.
상향식 TF 활동으로 내놓을 결과물이 특별할 게 없을 거라는 자조적인 견해도 논란거리다.
김 위원장은 신뢰 회복 방안의 외부 용역과 관련해 "검토했지만, 연구·보고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외부 용역을 줘도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추가될 것 같지 않다. 그동안 다 제시돼왔던 생각이다. 관건은 (그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에 안착시키는가의 문제"라고 밝혔다.
상향식으로 의견을 들어도 나올 얘기는 뻔하고 과제는 실천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김 위원장이 "공정위에 대한 불신은 대부분 위원장 등 국장급 이상 간부의 문제이고 고쳐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혁신 작업이 끝나면 공식적으로 과거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개혁 의지를 밝히는 자리를 따로 갖겠다"고 말한 것에 주목한다.
그는 '그동안 공정위에서 사고는 고위직이 쳤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고위직 간부가 공정위 불신의 원인이다. 직원의 헌신성에 의심이 없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담아서 반성의 기회를 갖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의견수렴과 간부회의 토론을 거쳐 다음 달 중순께 내부 개혁안을 위원회 토의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로드맵을 밝힌 상태다.
공교롭게도 공정위 내부에선 다음 달께 고위 간부급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소위 '복도 통신'이 떠돈다. 기관장이 바뀌었으니 인사이동이 있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8월 인사는) 그때 가봐야 한다. 필요하면 할 수도 있다. 따로 간부 인사 시즌이 있는 건 아니다. 현재 공석인 자리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김 위원장이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직접 메스를 대기보다 내부 개혁 절차를 통해 명예퇴직 등을 유도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나 물갈이를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