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합의 앞두고 결렬… 교육부, 별도 폐지안 추진
  • ▲ 교육부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와 입학금 폐지를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가 무산되면서,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한 대학별 '자율 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뉴데일리DB
    ▲ 교육부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와 입학금 폐지를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가 무산되면서, 인센티브 부여 등을 통한 대학별 '자율 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뉴데일리DB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대학 입학금 폐지'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립대가 입학금 폐지에 대한 세부 논의 과정에서 등록금 인상안을 제시하자, 교육부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결국 무산되는 상황을 맞았다.

    그동안 사립대 입학금이 비싸다는 지적에도 움직이지 않던 교육부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입학금 폐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대학들은 재정 악화를 우려했지만,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재정 지원이 있을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자 폐지 논의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가를 요구하는 부분에서 합의 사항이 결렬되자 교육부는 자율적으로 대학이 입학금을 폐지하도록 참여 학교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사용처 등에 대한 근거 규정 마련으로 불분명한 징수를 막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열린 사총협 간담회에서 세부적인 입학금 폐지 사항이 논의됐지만 등록금 1.5% 인상 조건이 등장하면서, 이달 27일 진행하기로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사총협 회장단 간 간담회는 취소됐고 대학별 '자율 폐지' 방향이 추진된다.

    앞서 지난 13일 사총협은 입학 실소용 비용만 징수하는 부분으로 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진행, 교육부는 국가장학금II유형·자율협약형 재정지원 사업 등을 늘리는 방안을 합의했다.

    이후 세부 논의를 거쳐 김상곤 장관과 간담회를 통해 합의 사항을 확정하기로 했지만 등록금 인상 요구에 지난달 초부터 진행해온 입학금 폐지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 등장한 단계적 입학금 폐지 계획에 대해, 전체 사립대가 신입생으로 받아온 약 4천억원 규모의 입학금이 사라져 대학들은 재정 악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에 상응하는 재원을 마련, 전체 입학금 중 입학 외 요소로 사용되는 80%를 향후 5~6년간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방향이 논의됐다.

    교육부가 전국 사립대 80개교를 대상으로 입학금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납부액의 약 20%만 입학 관련 요소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기준 전국 사립대 평균 입학금은 72만3천원으로, 향후 입학 관련 비용만 징수하게 된다면 10만원대로 크게 낮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등록금 인상 요구가 등장하자 40여일간 진행해온 입학금 폐지 논의가 무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고등교육법에서 대학 등록금 인상 규모는 물가상승률 평균치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인상 시 정부 재정지원 등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동결 상태를 유지 중이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지난 13일 사총협과 교육부가 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합의했는데 일주일만에 결렬됐다. 입학금 폐지에 대한 보전을 등록금으로 하겠다며, 합의 사항을 결렬시킨 사립대들을 규탄한다. 합의됐던 부분으로 폐지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립대들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협의 과정을 거쳤어야 했는데 교육부가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를 하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준비했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B대학 측은 "내년부터 입학금 단계적 축소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몇몇 사립대와 논의했다. 개별 대학에 입학금에 대한 전달 사항도 없었다"고 전했다.

    전체 4년제 사립대의 입학금 단계적 폐지가 무산된 상황에서 교육부는 '자율 폐지'에 나선 대학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사용처 공개 등 근거 규정을 마련, 사실상 입학금을 축소·폐지하도록 강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 입학금 폐지 계획은 변함 없다. 등록금 부담이 심하다고 하는데, (사총협에서) 등록금 인상안을 내놓아 당황했고 수용할 수 없었다. 등록금 인상 시 2~4학년에게 피해가 간다. 입학금 폐지에 대한 합의가 결렬되면서, 자율 폐지가 추진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입학금 폐지하려는 대학에 대해선 '입학금 감축 계획'을 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가장학금II유형, 재정 지원사업 등에서 인센티브를 강화할 것"이라며 "입학금 사용 내역 공개 등에 대한 시행령을 마련해, 투명한 사용을 유도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