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출입구 카트로 막혀 … 외부 에스컬레이터 타고 지하로 우회PB 심플러스로 채운 매대 … 반찬·델리·베이커리 코너도 썰렁"담을 게 별로 없다"는 고객들 … 14일 생존 기로에 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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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찾은 홈플러스 A점 식품 매장. 매대 곳곳에 빈 공간이 보인다.ⓒ김보라 기자
"장 보러 왔는데 담을 게 없어요."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던 5일 낮 12시께 찾은 경기 남부의 홈플러스 A점. 한 고객은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심플러스와 시리얼 몇 개, 저가 의류만 담긴 카트를 밀고 있었다. 그는 "예전 같으면 과일이나 고기도 샀을 텐데 오늘은 몇 개만 담고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매장 입구에는 정상 영업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주차장부터 분위기는 평소 주말과 달랐다. 낮 시간이었지만 세워진 차량은 10대 안팎에 그쳤다. 비가 오락가락한 날씨를 감안하더라도 주말 대형마트라고 보기에는 한산했다.1층 출입구 쪽으로 가자 카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입구는 카트로 막혀 있었고 1층 계산대도 닫혀 있었다. 1층으로 바로 들어갈 수 없어 매장 밖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정상 영업 안내문은 붙어 있었지만 실제 고객 동선은 처음부터 우회해야 했다. -
- ▲ 신선 매장 한가운데 의류 상품이 진열돼 있다.ⓒ김보라 기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지하 1층에는 임대매장이 먼저 나왔다. 푸드코트는 불이 꺼져 있었고 약국만 운영 중이었다. 매장으로 들어가기 전 왼쪽에 놓인 전단 진열대에는 행사 안내 대신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내부 사정으로 전단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행사 홍보물은 남아 있었지만 판촉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과일과 식품 매대에는 심플러스와 간편식, 남은 재고로 보이는 상품들이 주로 놓여 있었다. 평소 신선식품이 들어갔을 법한 자리에는 잠옷이나 양말 등 다른 물건이 들어가 있었다.
일부 냉장 진열대에는 식품 대신 밀폐용기 등 생활용품이 놓였고 식품 매장 한가운데에는 의류 상품도 진열돼 있었다. 매대를 비워두지 않기 위해 남은 물건으로 공간을 메운 듯했다. -
- ▲ 반찬 코너 일부 진열대가 비어 있는 모습. ⓒ김보라 기자
반찬 코너도 썰렁했다. 즉석 반찬과 조리식품이 채워졌을 법한 진열대에는 빈 공간이 눈에 띄었다. 냉장·냉동 진열대 역시 상품이 촘촘히 들어찬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일부 냉동고에는 상품이 듬성듬성 남아 있었고 남은 냉동 블루베리, 아보카도 등 PB 상품이 빈자리를 메우는 듯했다.주류 코너에는 술이 일부 남아 있었지만 빈 공간이 적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즉석조리 식품을 팔던 델리 코너와 베이커리 매장도 불이 꺼진 상태였다.다시 1층으로 올라가 보니 의류와 사무용품, 생활용품 등이 보였다. 물건은 지하 식품 매장보다 비교적 남아 있는 편이었다. 다만 장을 보러 온 고객들이 북적이는 모습은 없었다. 매장 중간중간에는 '본 상품은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취지의 안내문도 보였다. 판매가 제한된 상품임을 알리는 문구였다.
매장 안 공기는 무거웠다. 장마철 습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냉방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했다. 실내인데도 눅눅하고 더운 공기가 쉽게 빠지지 않았다.1층에서 다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려다 또 한 번 발걸음이 막혔다. 매장 안 무빙워크는 점검 중이었다. 지하 1층과 1층을 오가는 엘리베이터 한 대도 멈춰 있었다.
결국 멈춰 선 무빙워크를 계단처럼 걸어 내려가 지하 1층으로 향해야 했다. 1층 출입구와 계산대가 닫힌 데다 지하로 내려가는 동선까지 매끄럽지 않아 매장을 돌아 나오는 과정 자체가 불편했다. -
- ▲ 매장 안 무빙워크는 점검 중 안내문이 붙은 채 운영되지 않았다. ⓒ김보라 기자
계산대 앞도 주말 대형마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매장에는 7월부터 계산대는 지하 1층만 운영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실제 운영 중인 계산대는 2곳 정도였다. 계산대 주변과 통로 한쪽에는 카트가 정리되지 않은 채 모여 있기도 했다. 직원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매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마주친 직원은 5명 안팎이었다. 넓은 매장을 관리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이날 A점 화장실은 운영되고 있었다. 다만 일부 점포에서는 화장실까지 폐쇄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응대 기능도 줄어들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부터 온라인 고객센터 운영을 중단했다. 매장 안에서는 계산대와 출입 동선이 줄었고 매장 밖에서는 고객 문의 창구까지 닫힌 셈이다. 고객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
- ▲ 계산대 앞에는 7월부터 지하 1층만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김보라 기자
홈플러스는 지난 3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가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14일의 생존 기로에 섰다. 회생절차 폐지가 곧바로 파산 선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회생절차를 재개하려면 14일 이내 즉시항고에 나서고 2000억원 규모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한다.자금 조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대주주 측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입장차가 여전해 운영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에 운영자금 대출을 요청하고 있지만 자금 수혈이 성사되지 않으면 회생절차 재개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파장은 매장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홈플러스 직원은 지난달 말 기준 1만2000명가량으로 알려졌다. 주차·카트 관리, 청소 등 간접 고용 인원과 협력업체, 납품업체까지 고려하면 피해 범위는 더 커질 수 있다. 점포 운영이 더 흔들릴 경우 직원 고용 불안은 물론 입점업체와 납품업체의 판로 상실 문제도 불가피하다. -
- ▲ 주류 매대에는 PB 상품과 일부 상품만 진열돼 있었다.ⓒ김보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