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특화교육'으로 변경… 31억 투입, 1만8천명 참여 실적 저조사무분야 배제 기술영역만 반쪽 지원… 체계적 교육·양질 콘텐츠 담보 어려워
  • ▲ 스마트공장 전시.ⓒ연합뉴스
    ▲ 스마트공장 전시.ⓒ연합뉴스
    중소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말이 있지만, 정부의 생산성·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소기업 교육훈련 지원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신규 일자리 창출 못지않게 중소기업 재직자의 직무능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업무 부적응으로 말미암은 신입사원 조기 퇴사를 막고 실직을 당했을 때 빠르게 재취업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수 프로그램에 중기-근로자 호응

    12일 고용노동부와 교육훈련기관에 따르면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우수한 훈련과정을 선정해 교육참여 기회를 줌으로써 근로자 직무능력과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던 '핵심직무능력향상 지원사업'(이하 핵심직무교육)이 지난해부터 폐지됐다.

    핵심직무교육은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던 고가의 우수 교육훈련과정을 정부가 무료로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제공해 호응을 얻었던 사업이다. △전략 경영 △재무 관리 △생산 품질 관리 △영업·마케팅·유통 △인적자원개발(HRD)·리더십 △생산기술 △기술경영·연구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준 높은 교육이 이뤄졌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143억원을 들여 25개 교육훈련기관에서 73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당시 교육에 참여한 중소기업 근로자는 1만9176명이었다. 가장 활성화됐던 2009년에는 총 346억원을 투입해 1만7000여개 기업에서 7만1167명이 직무능력향상 교육을 받았다.

    서울 지역 재직자 교육훈련기관 한 관계자는 "교육비가 무료인 데다 초창기에는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1차 서류, 2차 현장심사를 거쳐 우수 프로그램을 선정해 호응이 컸다. 과정 이수율이 90%에 육박했던 거로 기억한다"며 "중소기업은 조직 구성이 빡빡해 근로자가 자리를 비우면 손해인데 고용보험기금으로 인건비를 지원해주고 나중에 생산성도 높아지니 반기는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훈련협약 체결기관 관계자는 "현재도 일반 강사료가 5만원부터 시작하는 데 당시 강사료가 25만~30만원 수준이었다"며 "당시 분야별 강사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이나 개인기업 CEO 출신 교수, 전문컨설턴트 등이 참여해 경험 위주의 생생한 현장 지식과 핵심 실무를 전수해 줘 인기가 상당했다"고 부연했다.
  • ▲ 기술교육센터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연합뉴스
    ▲ 기술교육센터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연합뉴스
    ◇별도예산 사업에서 반쪽짜리 임의 지원사업으로

    핵심직무교육은 현재는 독립예산 사업에서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으로 통합돼 중소기업 특화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노동부는 사업 목적이나 지원에 큰 차이가 없다는 태도다. 기준단가의 최대 150%까지 실비로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책 수혜자인 중소기업과 교육훈련기관 생각은 다르다. 핵심직무교육은 별도 예산사업이어서 경영·회계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교육과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반면 지금의 특화과정은 기술영역에 국한돼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교육훈련기관 관계자는 "사무 관련 영역이 빠지고 생산·기술 영역으로 교육 범위가 축소됐다"며 "교육훈련기관들에 정확한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아 폐지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고들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설명으로는 핵심직무교육이 마지막으로 이뤄졌던 2016년에는 예산 225억원을 투입해 2만855개 중소기업에서 6만2512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반면 통폐합돼 지금의 특화과정으로 처음 운영됐던 지난해 교육훈련 실적은 사업비 31억원에 6778개 기업, 1만8071명으로 저조한 실정이다.

    노동부 인적자원개발과 관계자는 "사무·경영 영역은 다른 일반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수 있어 기술분야에 집중하는 게 특화 개념에 맞다"며 "폐지 절차를 밟는 건 아니다. 정부는 고숙련 교육을 정책적으로 강화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전달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기 지역 교육기관 관계자는 "따로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홍보비용도 없고 턱없이 낮아진 교육단가로 교육기관에서 질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없다 보니 참여율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며 "초창기 핵심직무교육은 차별화된 우수 프로그램이 많았다. 직무능력을 키워주다 보니 중소기업 재직자 이탈도 줄이고 불가피한 사정으로 실직을 당해도 특화된 교육 덕분에 재취업하는 데 도움을 줬는데 아쉽다"고 강조했다.

    올해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 예산은 총 4351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특화과정에 따로 배정된 예산은 없다. 현재는 교육훈련 신청이 접수되면 상황에 따라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에 가깝다. 일각에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선정 등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지역 한 교육훈련기관 관계자는 "과거엔 우수 교육기관에 가산점을 주고 평가가 나쁘면 사업 참여에 제한을 두는 등 프로그램을 깐깐하게 관리했기에 양질의 콘텐츠가 나왔고 호응도 좋았다"며 "현재 정부의 안일한 중소기업 교육지원 정책으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근로자의 직무능력 향상이나 실업자의 빠른 재취업 등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