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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들이 산업계에 이어 금융권에도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부실기업 회생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 해외로 진출하는 등 투자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수단으로 사모펀드가 꼽히는 점도 이들의 영토 확장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대주주로 맞이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지분을 최대 9.9%까지 KKR에 매각한 뒤 KKR의 오렌지 라이프 지분을 신한지주 주식과 교환한다는 계획이다.
KKR은 향후 신한금융 지분 3.55% 이상을 추가 매입할 예정이다.
이 경우 KKR은 신한금융의 2대 주주가 된다.
신한금융 주주는 현재 10%대 지분을 보유한 재일동포와 9.55%를 가진 국민연금, 6.13%를 보유한 블랙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순수 재무적 투자자인 국민연금과 블랙록을 빼면 KKR이 사실상 2대 주주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사모펀드와의 협업은 자본확충이 필요한 신한금융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자금을 비롯해 부동산신탁사 확보와 해외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어 자금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모펀드는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에도 디딤돌이 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사모펀드와 손을 잡은 것은 KKR의 글로벌 M&A(인수합병)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유상증자에도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참여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0일 이사회에서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IMM은 실권주 인수로 주요주주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이는 사모펀드의 첫 인터넷전문은행 투자로 사모펀드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IMM은 누적운용자산이 3조3000억원에 이르며 총 14개의 펀드를 운용 중이며, 우리은행 지분 6%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모펀드 규모와 영역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칼을 빼든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이들 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24일 사익 편취 규제의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에는 총수 일가 지분율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가 기준이었다.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들이 잇달아 매각되거나 매각이 거론되면서 사모펀드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대체투자 규모를 늘리는 점도 사모펀드 성장에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운용사의 주식보유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이른바 ‘10%룰‘ 폐지 추진과 사모펀드 투자자수를 100인 이하로 늘린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유상증자시 지분희석 등을 이유로 다수 주주들과의 이견이 빚어져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장기 투자 목적의 사모펀드 진입은 다수의 투자자보다 똘똘한 대주주 확보 차원에서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