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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0년째를 맞은 전자투표제도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빛을 보게 됐지만 기업과 주주에 대한 참여도는 여전히 낮아 대다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된 상황에서 주주들이 전자투표를 외면할 경우 기업들은 의결권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들의 전자투표 이용률은 지난해 3.96%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대기업을 비롯한 다수의 상장사들이 3월 주총시즌을 맞아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시스템(K-eVote)을 이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도입률은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전자투표는 기업별 제도 도입과 별개로 주주들의 참여율이 관건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전자투표 참여가 떨어질 경우 정기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중요한 안건을 처리할 수 없게 될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곤란을 겪은 상장사는 총 66곳이다.
올해의 경우 전자증권 제도 시행 기업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만큼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 회사들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주총에서 정관 변경, 감사 선임 안건 등을 통과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곳은 전체 상장사의 8%가 넘는 154개에 이를 것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 있다.
특히 전자투표에 대한 사전 홍보 없이 제도를 도입한 중소형 코스닥 상장사들의 경우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것이 올해 주총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주주(개인투자자)들의 협조가 부족하면 감사선임 등 회사의 중대한 이슈를 처리하기 어려워진다.
코스닥 상장사 IR 담당자는 "대기업들도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에는 더 많은 주주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근 주총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한 대리인을 공시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주주권 강화로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주총대란이 올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자투표제도는 슈퍼주총데이와 같은 병폐를 해소하고 주주들의 의결권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도입 초반에는 제도적 한계와 기업과 주주들의 적극성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주총파행을 막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이 주주들에게 주총 참여를 독려하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투표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요소로 업계는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전자투표제 의결권 행사 방식을 대폭 쉽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요건 완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자투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등록, 주주정보 등록 등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같은 시스템을 쉽게 개편해야 모든 연령층이 전자투표제도를 받아들이고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협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의결권 행사 기준에 대한 개편을 주장한다.
모든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총 참석률을 계산하는 것이 아닌 의결권 행사에 관심을 갖고 주주총회에 출석해 투표한 인원에 대한 득표율로 결의를 하는 방식이다.
법률개정을 통해 기업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으로 기업의 적극적인 홍보,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같은 상투적인 방안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전자투표제도 역시 안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