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7% 감사선임 불발…부결 비율 지난해 2배 이상낮은 전자투표 참여에 기업들 고심…대기업도 예외없어실효성 갖춘 제도 보완·주총 파행방지 등 대책 목소리
  •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선임이 불발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정족수를 채우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당초 우려가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정기 주총을 연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977곳 중 6.7%인 65곳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했다.

    지난해 정기 주총 시즌에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 비율이 2.9%(전체 1933개 중 56개)였다.

    아직 절반 이상의 상장사가 주총을 열지도 않은 상태에서 감사선임이 무산된 기업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주총 시즌의 부결 건수를 두배 이상 넘겼다.

    이에 따라 올해 주총 시즌이 모두 마무리되면 감사선임 부결 건수도 지난해 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올해 주총에서 1928개 상장사 중 8.2%인 154개사가 정족수 미달로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의결정족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찬성과 출석 주식 수 과반의 찬성으로 규정돼있는 상황에서 감사선임 안건은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지분 중 3%만 의결권을 인정해(3%룰) 정족수를 못 채우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과거에는 섀도보팅제가 있어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17년 말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지난해 주총부터 소액주주가 많은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의결정족수 부족 문제가 큰 고민거리가 됐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감사위원)를 선임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주총을 연 GS리테일의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65.8%에 달한다.

    반면 '3% 룰'에 따라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의결정족수를 못 채워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했다.

    GS리테일의 사례처럼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으면서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낮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들의 경우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의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장사들은 전자투표제나 전자 위임장 도입 등 의결정족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도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정족수를 채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자투표는 기업별 제도 도입과 별개로 주주들의 참여율이 관건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전자투표 참여가 떨어질 경우 정기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중요한 안건을 처리할 수 없게 될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요건 완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자투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등록, 주주정보 등록 등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같은 시스템을 쉽게 개편해야 모든 연령층이 전자투표제도를 받아들이고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차익을 얻기 위해 투자를 하는 소액주주들에게 주총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주주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3%룰 등의 규정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협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의결권 행사 기준에 대한 개편을 주장한다.

    모든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총 참석률을 계산하는 것이 아닌 의결권 행사에 관심을 갖고 주주총회에 출석해 투표한 인원에 대한 득표율로 결의를 하는 방식이다.

    법률개정을 통해 기업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으로 기업의 적극적인 홍보,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같은 상투적인 방안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전자투표제도 역시 안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