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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민연금 대한항공 의결권 행사, 다수 주주 의사 저버린 것"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입력 2019-04-04 10:27 | 수정 2019-04-04 11:45
금년도 주주총회 시즌에서 특이한 것은 몇 몇 대기업의 이사 선임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해 일부 인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되지 못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의 도입으로 연금사회주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냐고 업계에서는 몹시 긴장한다. 똑같은 일이 내년에도 벌어질 것이라면서 벌써부터 걱정이다. 정말 그런가? 그럴 리 없다. 코드의 도입으로 연금사회주의가 실현되지는 않는다.

코드의 핵심은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이다. 이것을 한국 언론은 '경영관여'로 오역하고 있으나, 인게이지먼트의 정확한 번역은 "건전한 목적을 가진 대화"이다. 대화의 목적은 주주가치의 제고, 즉 투자수익률 제고이다. 코드 자체는 일종의 연성법(軟性法, soft law)으로서 증권업계에 종사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자율규범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관투자자들이 그들의 고객을 위하여 스스로 지키겠다고 약속한 자율규범이 연금사회주의의 실현도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피자 배달용 드론 타고 미국에 간다는 것만큼이나 허무맹랑하다.

어쨌거나 스튜어드십 코드가 한국에서 시행되었고 이 코드의 시행이 극적으로 전개된 곳이 대한항공 사건이다. 그러나 실은 코드 시행 전에도 국민연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었으므로 딱히 스튜어드십 코드 때문에 국민연금이 특별히 의결권을 더욱 강하게 행사한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관투자자들에게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하는 서비스회사들이 무언가 의견을 내 놓은 것이다. 글래스루이스,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의견은 일방적이고 부정확한 것이기도 해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주주권행사 분과위원들'에게 참고로 주어지는 것이지 구속력이 없다. 

주주권행사 분과위원들 사이에 격론을 벌인 끝에 결론이 나지 않자 책임투자분과위원들 중 일부가 가세하여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사건에 있어서 대표이사ㆍ회장의 연임과 관련하여 결국 반대표를 던졌다.

이와 같은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서는 찬성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선 국민연금이 과연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질에 맞게 철저하게 주주가치의 제고, 투자수익률 향상에 초첨을 맞춰서 결정했는가 돌이켜 보아야 한다. 다른 항공사들은 항공유 소모가 큰 단거리 노선에 치중하는 동안 대한항공은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게스트하우스 프랑스' 등과 같은 광고를 통해 장거리 노선전략을 집중 홍보했다. 장거리 노선은 항공유가 적게 소모되어 수익력이 좋다. 그 때문에 대한항공의 최근 경영 실적을 보면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7%가 늘어난 12조 6500여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영업이익은 6900억원의 흑자를 냈는데, 유가상승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적이다.

글로벌 경쟁사인 델타항공이나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주가는 같은 기간 모두 하락했고, 한국의 다른 경쟁항공사는 지금 경영난에 직면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미국 항공 월간지 ATW로부터 '세계 최고 실적 항공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아가 금년 6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에서 항공업계의 유엔총회로서 세계 유수 항공사의 CEO 287명, 관계자 1500여명이 참석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가 대한항공 대표이사ㆍ회장 초청으로 열린다. 이 회의를 유치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5년간 공을 들였다. 국민연금은 다 된 밥에 식초를 뿌렸다.
  
더군다나 이 회사의 지분구조를 보면 당시 대표이사ㆍ회장과 특수관계인이 33.35%, 국민연금이 11.56%, 외국인이 24.76%, 개인 등 기타 30.33%이다. 대표이사ㆍ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64.09%가 찬성했고, 국민연금 등을 포함해 35.91%가 반대해 발행주식총수의 2/3의 동의를 얻지 못함으로써 부결되었다.

그런데 64.09%에서 대표이사ㆍ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33.35% 외에도 30.74%가 연임에 찬성했다. 이 수치 30.74%는 국민연금의 지분을 뺀 반대한 의결권 수 24.35%(반대표 전체 35.91%에서 국민연금 지분 11.56%를 뺀 수치)보다 많은 숫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30.74%>24.35% 의 비율로 다수인 주주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24.35% 중에는 외국인 보유지분(24.76%)이 대다수인 점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개인주주는 연임에 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주주란 국민들이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국민 다수의 의사를 저버리고 외국인 등 24.35%의 소수에 동조해 국적 항공사의 경영자를 몰아낸 것이 된다. 그것도 제1심 판결 있기 전에, 기소만으로도 충분히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헌법에 규정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CEO 연임에 반대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 주주가치 제고와 수익률 향상에 과연 무슨 도움이 되었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국민연금은 그 의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주주가치의 제고와 수익률 향상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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