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퇴사자vs증권사 법정 공방 치열금융당국 노사협의 주장, 소송 책임론은 외면
  • 증권사가 성과급 이연제를 둘러싸고 회사를 떠난 직원들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제도 도입을 권고한 금융당국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당국은 '노사 협의 사항'이라며 뒷짐만 지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퇴사한 임직원들과 이연 성과급 지급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대신·유진투자증권 등은 회사를 퇴사한 직원들과 성과급 관련 재판을 진행 중이고, 다른 증권사들도 이와 비슷한 소송 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소송의 골자는 이연된 성과급 지급 여부다. 

    증권사 임직원들은 최대 3년에 걸쳐 나눠 성과급을 지급받게 돼있는데, 회사를 떠나면서 이연된 부분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며 재판을 진행 중이다.

    증권업계는 금융당국이 성과급 이연제를 법제화한 2016년 이후부터 퇴직직원들과 소송전이 시작됐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2016년 8월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는 '해당 업무의 투자성과 그 존속 기간 등을 고려해 성과보수의 일정 비율 이상에 대해 이연 기간을 3년 이상으로 할 것'으로 명시돼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직원들이 단기 실적에 매몰돼 일어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막고 타 증권사로 쉽게 이직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이를 도입했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퇴사자 등 세부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은 탓에 갈등이 불거졌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증권사가 퇴직직원 등 세부 내용 관련해 노사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준 만큼 당국은 이 소송에 별다른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직원 성과급을 3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라는 제도를 도입했을 뿐, 세부 내용은 노사협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뒀다"며 "퇴사자와 관련된 성과급 이연제도는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부분"이라며 금융당국 책임론 관련 선을 그었다. 

    이처럼 제도 도입을 권유한 금융당국이 증권가 소송 관련 책임을 부인한 가운데, 법원 판결마저 제각각으로 나오면서 증권사들은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최근 IBK투자증권의 경우 IB본부에서 근무하던 임직원이 이연성과급 지급 관련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회사 측이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퇴직한 경우 성과급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회사 규정 해석을 두고 재판부가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퇴직자 대상 성과급 지급 여부는 회사 재량이지만 반드시 재직자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대신증권은 1심과 2심 모두 회사 측 승소로 결론이 나왔다. 

    대신증권의 경우 근로계약 체결시 성과급 지급 전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잔여 이연성과급이 사라진다는 규정을 명시해둔 덕분이다.

    직원이 이에 동의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만큼 회사는 이연 성과급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각 증권사가 세운 내부 취업 규칙에 따라 판결이 엇갈리자 증권업계는 제도를 법제화한 금융당국에 책임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금융당국 요구로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당시 대부분의 증권사가 취업개정을 개정했는데, 임직원 동의 여부나 성과급 이연제 적용 시기 등을 두고 퇴사한 직원들과 갈등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금융당국이 퇴사 직원 등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명확히 제시했다면 이같은 소송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