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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의 중국 시장을 둔 철수와 진출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롯데, 신세계 등은 사드(THAAD) 보복 이후 철수 수순을 밟아왔지만 오리온과 SPC그룹은 오히려 시장 확장을 예고하면서 사드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본격 궤도에 들어섰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중국법인 성장세가 반영된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중국 법인 매출 상승 폭이 국내 매출 증가 폭을 넘어선 것이다.
오리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5.5% 늘어난 1조9269억원으로, 국내 매출이 5.5% 늘어나는 동안 중국 매출은 18% 가까이 늘어났다.
2017년 192억원이었던 중국 법인 영업이익은 비용효율화와 판매채널 개선, 영업·물류 등 사업구조 혁신효과로 지난해 600% 이상 급증해 1416억원을 달성했다. 중국 법인 영업이익은 한국 922억원, 베트남 410억원, 러시아 80억원 등 나머지 사업부의 영업이익을 모두 더한 것보다도 높다.
중국 법인 매출 회복은 신제품이 주효한 가운데 소매점 매재 점유율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또한 징둥닷컴과 티몰 등 성장하는 온라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 대표 기업 브랜드 연구 기관인 ‘Chnbrand’가 발표하는 ‘2019년 중국 브랜드 파워 지수(C-BPI)’ 파이 부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好麗友)’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중국 내 SNS 인증 문화가 발달되면서 재미있게 제품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 펀(fun) 콘셉트의 이색 패키지를 선보이는 등 젊은층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중국 여성들의 입맛에 맞춰 ‘초코파이 딸기’를 선보이는 등 브랜드 라인업을 확대하며 중국 국민 파이로서의 입지를 한층 굳히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파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뛰어난 맛과 품질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 명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2004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던 SPC그룹은 지난 3월 자사 400억원을 투자해 ‘SPC톈진공장’을 준공했다. 이는 SPC그룹이 보유한 12개 해외 생산시설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곳에서는 빵, 케이크, 가공채소, 소스류 등 390여개의 품목을 생산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초저온으로 발효를 중단시켜 신선한 상태로 장기관 보관이 가능한 빵 반죽 '휴면반죽'도 생산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전역에 제품 공급이 가능하고, SPC그룹은 이를 통해 중국의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역시 중국시장에 '햇반'을 정식 출시, 중국 즉석밥 사업에 진출했다. 중국에 '햇반' 전용 생산기지를 확보해 3년 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즉석밥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시킨다는 목표도 세웠다.
CJ제일제당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 소셜 플랫폼인 르스지와의 협업을 통해 홍보관을 운영하고, 중국의 가장 큰 온라인 플랫폼인 T-mall 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유명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협업을 통해 위챗, 샤오홍슈 등 중국 SNS를 활용해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도 힘쓴다는 전략이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는 “현재 햇반은 중국에서 교민들과 유학생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어 인지도나 인식 측면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현지인 대상으로 한 사전 조사 결과 맛∙품질에 있어서는 인정 받아 충분한 성공 가능성을 봤다”며 “한국과 유사한 식문화를 가진 중국에서 ‘비비고 왕교자’를 성공시킨 것처럼 햇반으로 중국 상품밥 시장 공략에 최선을 다해 중국 내 K-Food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면세점 업계 역시 주춤했던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의 마음을 다시 공략하고 있다.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도 호재가 됐다. 중국인들이 다시 한국 제품들을 찾기 시작하면서 면세점들은 일제히 사업 강화에 착수했다.
다만 사드 보복 후폭풍으로 인한 중국내 한국 기업 상황이 좀처럼 회복세에 들어서지 않으면서 결국 중국 사업에 손을 떼는 경우도 있다. 사드 보복 이후 여전히 각종 규제,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감내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전체 해외 매출의 중국 시장 비중은 최근 1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드 보복 전까지만 해도 25% 이상을 차지했던 바 있다.
2016년 중국에서만 약 2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17년 1조1000억원으로 내려앉았고 지난해 7000억원으로 또 다시 하락했다.
롯데는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 업체다. 롯데마트는 결국 사업을 접었고,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등의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롯데홈쇼핑 역시 2021년까지 중국 사업을 철수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 중국 법인을 매각했다. 2017년 중국 대형 마트 사업에서 철수한 후 법인까지 매각하며 완전히 중국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 1997년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연 이후 26개까지 중국 내 매장을 늘렸다. 하지만 매출이 줄어들면서 2013년부터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2017년까지 누적 적자가 1500억원을 넘겼다.
이마트는 결국 중국 마트 사업 철수를 결정, 태국 CP그룹에 매장 5개를 일괄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고 남은 매장도 모두 처분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대형마트사업을 하던 자회사 무석이매득구물중심유한공사의 지분 100%를 전량 매각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운영 효율화를 위해 중국 마트사업을 정리하고 법인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도 중국에 야심차게 진출한 바 있지만 중국 커피빈에 이어 상하이에서 운영하던 자연별곡과 애슐리 점포 5곳을 폐점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현지에 수입대리상을 두고 카레, 케찹, 라면 등 300여종의 품목을 납품해왔던 오뚜기도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했다. 오뚜기는 중국 판매법인인 북경오뚜기를 청산, 생산공장 2곳만을 유지하기로 했다.
CJ푸드빌은 중국 내 1곳 뿐이었던 외식 프랜차이즈 ‘빕스’ 매장을 폐점, 중국 사업을 철수했다. 아직 뚜레쥬르와 투썸플레이스, 비비고는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 한때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화장품업계도 사드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더페이스샵 130여개의 매장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