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 의결…3조원 우선 소각미 상무부, TSMC 보조금 확정…삼전 64억달러 예비각서 체결“HBM4 주도권 확보·범용 메모리 재고 뚜렷한 감소세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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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따른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로 부진을 겪던 삼성전자가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사회가 주가 부양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대대적인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데 이어 미국 정부가 대만 TSMC에 보조금을 지급기로 확정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도 확정될지 관심이 집중되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보다는 실적 개선 여부가 중장기적인 주가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봤다.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일 미국 대선이 치러진 이후 15일까지 9거래일 동안 8.86% 하락했다. 낙폭 과대 인식 속 반발 매수 유입에 따른 급등세를 맞기 전인 지난 14일 ‘4만 전자’로 추락했을 때까지는 14.99%나 폭락했다. 이는 코스피 상장 종목 958개 중 868위로 하위 10% 수준이다.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사들인 매수 주체는 개인투자자다. 이 기간 개인들은 삼성전자 2조334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SDI(4247억원)보다도 5배나 많은 규모다. 이들이 지난 15일을 제외한 8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간 것과는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는 15일을 제외한 8거래일 모두 매도세를 지속하며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개인들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가(순매수 거래대금을 순매수 거래량으로 나눈 금액)는 5만3797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종가(4만9900원) 기준 수익률은 마이너스(-) 7.24%였지만, 15일 주가가 7% 넘게 반등하며 본전은 되찾은 모습이다.삼성전자는 이날도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전 9시 30분 기준 전장(5만3500원)보다 6.17% 뛴 5만6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1768만주, 1조원을 기록 중이다.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트럼프 리스크’로 HBM(고대역폭메모리) 밸류체인 소외, D램 경쟁력 저하 우려 등이 부각되면서 약세를 보였다.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수입품에 보편 관세 10~20% 부과,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내걸었다. 이 밖에 법인·소득세율 감세 등도 내세웠는데, 이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특히 높은 반도체 기업에 타격이 될 수 있다.또한 반도체법(칩스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던 만큼 업계에서는 수정·폐기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2년 제정한 칩스법은 미국 내 생산라인을 지으면 보조금을 지원하고 25% 세액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국내 최대 반도체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중국의 경기 부진, 미·중 갈등 등의 영향으로 하락했는데, 향후 첨단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견제 심화로 국내 반도체 전후방 산업에 걸쳐 일부 시장 기회 축소 및 불확실성 확대가 우려된다”며 “기존 반도체 지원법을 바탕으로 미국 내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린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은 강도 높은 자국 중심의 정책 변화로 인해 투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15일 장 마감 이후 이사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분할 매입 계획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또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3개월간 3조원 규모 자사주(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를 소각기로 했다. 나머지 7조원의 활용 방안과 매입 시기는 추후 결정할 계획이다.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측면에서 자사주 매입은 우호적이라고 판단되며 2010년 이후 세 차례 나타난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구간에서 절대수익률은 각각 ▲2014~2015년 7.3% ▲2015~2016년 14.3% ▲2017~2018년 28.9%를 기록했다”며 “이번 10조원 자사주 매입은 삼성전자 보통주 관점에서 시가총액 대비 2.8%에 달할 전망으로 앞선 최근 두 차례 사례의 중간 정도로 이번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과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은 일정 수준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이는 최근 가파르게 하락했던 주가의 안전성을 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조 바이든 행정부가 15일(현지 시각) TSMC에 반도체 지원금 66억달러(한화 약 9조2169억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지원금도 확정될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상무부는 TSMC의 자회사인 TSMC 애리조나에 상업 제조 시설을 위한 칩스법 보조금 프로그램의 자금 기회에 따라 최대 66억달러의 직접 자금을 수여했다”고 밝혔다.앞서 삼성전자는 미 정부와 예비 거래각서(PMT)를 체결하고 64억달러(약 8조9286억원)를 받기로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3조6895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수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약 62조6985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제 실적 개선 여부가 주가의 상승 폭을 결정할 것으로 봤다.류영호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 방향성은 자사주 매입 보다는 결국 실적이 결정할 것”이라며 “향후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업황 개선, HBM 부문의 개선, 어드밴스드 공정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회복 및 파운드리 부분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했다.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여부가 중장기 주가의 상승 폭을 결정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며 “중장기 관점의 주가 상승 모멘텀은 내년 HBM4 주도권 확보를 통한 시장 조기 진입과 DDR4, DDR5 등 범용 메모리 재고의 뚜렷한 감소세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