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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 불똥이 상장 주관사로 튀는 모습이다.
불과 한달 전 금융당국이 상장주관사에 IPO 기업의 회계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 개편을 들고나와 업계의 불만을 산 상황에서 정부와 당국이 인보사 사태를 증권업계만을 대상으로 본보기 사례로 처리하지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검찰이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인보사케이주)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의 코스닥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지난 11일 압수 수색했다.
인보사 파문 후폭풍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를 비롯한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은 물론 증권업계까지 몰아치고 있는 것으로 상장주관사 두곳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코오롱티슈진 상장을 추진했는지 여부가 압수수색의 관건이다.
검찰은 상장주관사 두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코스닥 상장 관련 기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만약 혐의가 나온다면 법적 처벌은 물론 코오롱티슈진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까지도 묻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에 대한 증권업계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검찰이 지난 2017년 11월 코오롱티슈진의 코스닥 상장을 주관하고 기업가치 등을 평가한 두 증권사가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알면서도 상장을 추진했는지를 들여다 보는 중인데, 전문지식까지 주관사가 모두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나온다.
상장 주관사가 코오롱티슈진의 회계 뿐만 아니라 의학지식까지 파악해야 뒷탈이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인보사의 경우 전문기관이 평가해 식약처가 허가를 이미 낸 제품이라는 점에서 증권사의 기술검증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반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을 한달 전 금융위원회가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장 관련 주관사 책임을 강화하기로 한 것과 관련짓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13일 금융위는 상장준비기업에 대한 회계감독을 상장 주관사와 거래소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준비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해 주관사가 내용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이전까지는 상장 주관사가 직접 기술한 내용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었지만 앞으로는 재무제표를 포함한 상장 준비기업의 중요사항에 대한 허위기재와 기재누락도 주관사가 찾아야 한다.
이를 두고 당시 증권업계는 외부감사인이 작성한 기업의 재무제표를 증권사가 상장주관사 자격으로 재평가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쏟아진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관사가 재무제표의 전문적 회계 정보를 다시 검토해 걸러내는 것은 오히려 IPO 시장 위축을 가져오고, 상장기업을 늘려 시장을 활성화 시키려는 정부 정책과도 어긋난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인보사 관련 상장주관사 압수수색은 상장사의 회계 문제와 함께 고유의 전문지식까지 증권사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주관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주관사의 책임강화를 요구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로 읽을 수 있지만 식약처도 찾아내지 못한 인보사 허가 과정의 문제까지 증권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신호로도 해석이 가능해진다.
인보사 사태와 관련 정부와 금융당국의 모든 움직임은 투자자 보호를 기반으로 진행돼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책임을 모두 자본시장에 떠넘길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