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흥' 의지 밝히자마자 '삐걱'소재 수급 불확실성, 생산라인 멈출까 '불안'뾰족한 해결책 없어… 제조업 기대감 '급랭'
  • ▲ 지난달 19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선포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지난달 19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선포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반도체의 다운사이클 진입과 중국의 디스플레이 투자 확대로 한국 핵심 산업이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가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발표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반도체 생산의 필수 소재들에 대한 수급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국내 부품 소재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직면한 위기상황에 대처하기도 바쁜 상황이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반도체 중간재 등 핵심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내년부터 매년 1조원 규모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규제가 되고 있는 소재와 관련해 매년 1조원을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기간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부품, 수입산 다변화, 국내생산 경쟁력 제고 등 다방면에 걸쳐 정부가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불거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9일 시스템반도체 등 신산업을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기존 주력산업은 혁신을 통해 탈바꿈해 세계 4대 제조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이 지탱하고 있지만 업황 부진에 미중 무역분쟁 등 국제 문제까지 겹치면서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2019년 7월 1일~1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수출은 136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6% 감소했다. 이 중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같은 기간 25.0% 급감하면서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고 정부도 뒤이어 제조업 르네상스 계획을 내놓으면서 합이 맞는 모습이었지만,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생산에 있어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등을 수출규제 품목으로 설정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중장기 계획을 위한 투자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더 급급해진 것이다.

    규제가 시행되자 급히 일본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귀국한 다음날인 13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급 주요 경영진을 소집해 긴급 비상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 수출제재 조치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서 다른 곳으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주요 경영진에게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한 달 안에 끝나던 수출심사가 규제로 인해 최대 90일까지 늘어나면서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공장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일본 규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당은 일본이 설정한 3대 품목과 추가규제 예상 품목을 중심으로 기술개발, 상용화, 양산단계 지원 등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결정하는 등 또 다시 '혈세' 투입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이에 야당은 실질적인 외교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비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을 만나고 5당 대표를 모아봐야 무슨 수가 나오겠냐"며 "국내 정치용 이벤트에 기업인과 야당을 들러리 세울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일본의 수출규제가 경제계의 주요 문제로 떠오르면서 제조업 르네상스의 기대감도 식어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데다 기존에도 기업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사례들을 보면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면서 "제조사들이 인건비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장들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추세에서 제조업 부흥 전략이 통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 측은 제조업 르네상스와 관련해 "일본 수출규제가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소재·부품의 국산화 등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