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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실트론), 라임자산운용, 효성 등 TRS(총수익스와프)發 계약이 잇따라 논란에 중심에 오르며 재계는 물론 증권업계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증권업계는 매번 'TRS는 합법적인 파생거래'라며 항변하고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부당거래 차단에 칼을 뽑은 당국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불법이 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21일) 검찰은 효성이 TRS를 이용해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부당지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당 계열사와 TRS 자문을 맡은 하나금융투자를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의 TRS 거래를 이용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검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이다.
공정위의 고발은 지난 2014년 11월 효성 본사의 TRS 거래 지시가 발단으로 공정위는 지난해 4월 효성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이용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며 효성그룹 총수 2세인 조현준 회장 등 관련자와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5년간 기업 간 TRS 거래에 대한 증권회사 현장 검사 결과' 발표와, 검사 결과 발견한 총 10여개 기업의 거래 내역을 금감원으로부터 보고 받은 부분도 공정위가 참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당국은 지속적으로 TRS 계약과 거래를 문제삼으며 기업은 물론 거래를 진행한 증권사도 주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업과 증권사의 TRS 계약은 명백한 적법한 거래라는 항변도 나오지만 일감몰아주기라는 부당 거래에 TRS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을 인식해 비난에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TRS는 국내 금융투자에서는 통상적으로 기업이 보유주식을 증권사에 일정 수수료를 주고 맡기고, 기업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받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때 담보로 맡긴 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기업이 보유한다.
주식과 같은 보유 자산을 이용해 증권사로부터 쉽게 자금을 유동화 할 수 있고, 특히 담보(주식)보다 더 많은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이 마른 기업일수록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업과 증권사는 사전에 확정된 고정 이자(수수료)와 자본(투자금)을 서로 교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은 이때 기업과 증권사 사이에는 자산운용사나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회사(SPC)가 낀다는 점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자금이 SPC로 적법하게 들어갔기 때문에 SPC를 설립한 기업의 자금 운용에 대해서는 권한과 책임이 없는 셈이다.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이 보장되는 증권사와 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러한 TRS 거래는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문제와 논란은 TRS의 부당·편법 거래가 드러나면서 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TRS를 통해 자금을 수혈한 기업의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가 포착되고, 여기에 증권사가 개입했는지를 금융당국이 검사대상에 올리면서 증권업계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 부당거래 사정 칼날이 증권사를 겨누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7월로, 당시 금융감독원은 TRS 거래를 하는 국내 증권사에 대한 전수검사에 나섰다.
금감원의 TRS 거래 전수검사에 힘은 공정위가 실어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열을 올려온 공정위가 기업의 자금흐름을 검토한 결과 시작 지점에 대부분 TRS가 나왔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이에 금감원은 TRS 거래 중개 증권사 조사와 기업에 대한 증권사의 개입 여부와 정도를 파악해 기업 조사 권한을 가진 공정위와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난해 금감원의 증권사의 TRS 전수조사 발표 당시 나온 바 있다.
공정위가 지난 13일 발표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총수일가 사익편취) 심사지침' 제정안 역시 상당부분 TRS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등 직접 거래뿐 아니라 간접 거래를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도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지난주 압수수색이 진행된 효성건 역시 당시 금융상품을 제3자가 인수하게 하고, 이 제3자와 별도 계약을 체결한 TRS 계약도 간접적으로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로 보고 제재를 한 것이다.
TRS 논란으로 시작된 재계의 칼날이 당장 증권업계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굵직한 논란에 TRS 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계약 당사자인 증권사에 대해서도 조사범위가 확대되면서 관련시장은 움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공정위가 효성의 부당지원 혐의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증권사가 관여했다고 지적한 바 있고, 지난해 부터 올해 초까지 SK도 논란이 되며 홍역을 치룬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TRS거래는 합법적인 거래수단으로, 위법이 아니고, 통상적으로 TRS거래와 관련해서 당국에서 별도의 제재는 없었다"며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통해 TRS 거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SPC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대기업과 TRS 거래를 하는 사례에서 문제가 발생됐고, 거래에서 매매중개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에 대한 책임이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는 크게 몸을 사릴 것"이라고 말했다.
TRS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때마다 증권업계에서는 편법활용에 대한 사후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이 나와야 관련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적법한 계약과 거래만 이행하고 오해와 비난을 받는 것 만은 아니라며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증권사 불법 TRS 거래 적발 당시 평균 수수료는 1.8% 수준에 불과했다"며 "통상적으로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대출해주는 TRS 거래 수수료가 1.8%라는 것은 TRS 거래를 통한 수익 발생보다는 향후 해당 기업과 더 큰 거래를 위한 서비스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발 당시에도 증권사들이 자본시장법은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났지만, 대기업의 계열사 부당지원에 연루된 정황은 많아 앞으로 나올 증권업계와 기업간의 뒷거래가 포착될 경우 증권업계로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