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제 비상상황 속 한은 역할론 강조떠나는 금통위원들 "한은 정잭척 변화 필요"
  • ▲ 신임 금통위원 임명장 전달식 직후 이주열 총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영경·주상영 금통위원, 이주열 총재, 조윤제·고승범 금통위원. ⓒ한국은행
    ▲ 신임 금통위원 임명장 전달식 직후 이주열 총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영경·주상영 금통위원, 이주열 총재, 조윤제·고승범 금통위원. ⓒ한국은행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신임 금통위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혼란스러운 금융환경 속에서 취임한 데에 막중한 책임감을 내비쳤다. 

    고승범 위원은 21일 열린 취임식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 막중한 직무를 이어가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연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커져 있는 만큼 위기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에서 일한 경험과 4년간 금통위원 경험을 살려 실물경제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을 조속히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제 위원은 "세계경제는 큰 혼란기에 빠져있고, 한국경제는 그동안 지속돼온 구조적 변화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가 비상상황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경제가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 과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통화정책면에서 뒷받침하기 위해 금통위원으로서 꾸준히 공부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영경 위원은 "한은 출신으로서 중앙은행의 업무와 정책에 비교적 잘 안다고 생각했으나 코로나19가 중앙은행의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한은 역사에 있어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0%대 금리와 한국적 양적완화, 증권사 직접 대출 등이 시행됐고, 앞으로도 민간에 대한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추가적인 정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로 금융시장 충격을 넘어 경기부진과 고용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례 없는 통화정책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상영 위원은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국면에 놓였다"며 "정부는 물론이고 중앙은행의 대응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중대한 시기인 만큼 금융안정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떠나는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성향으로 평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끝까지 한은의 정책적 변화를 강조했다. 

    조동철 위원은 "지난 반세기 쌓아온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한은의 명성이 이제는 극복해야 할 레거시가 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며 "한은이 주도적으로 운전하는 우리 경제는 급정거나 급발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디플레이션행 완행이라는 세간의 우려도 없는 안락한 열차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권위는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게 아닌 과학적 사고로 다져진 지적 리더십과 이에 기반한 정책수행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라며 "발권력은 남용되지 않아야 하나 필요시 적절히 활용되지 못함으로써 작지 않은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신인석 위원도 "과거와 달리 새로운 중앙은행론이 필요한 시기"라며 "전통적인 수단 외에 새로운 통화정책 수단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환경이 크게 변모할 것"이라며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충격이 단기에 그치고, 향후 성장률이 올라갈 수도 있겠으나 경제환경에는 생산, 성장률, 고용, 물가 등 많은 분야에서 중장기적으로 변동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날 퇴임한 이일형 금통위원은 말을 아꼈다. 금통위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꼽히는 그는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과 앞으로 남아 있는 과제에 대해서는 여러번 이야기 했으므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