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P 서비스 의무 강화'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법안소위 통과KT, 넷플릭스와 제휴 검토 중 논란 불거져'글로벌 CP 역차별' 지적 목소리 높아... KT 고심중
  • 넷플릭스의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법안이 소위를 통과하면서 국내 통신 사업자인 KT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망 사용료에 대한 책임 의무가 부여될 수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와 손을 잡을 것인지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따르면 6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CP)의 책임 의무를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안건은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최종 결정된다.

    개정안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CP라도 국내서 사업을 할 경우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용자 수와 트래픽이 많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CP는 전기통신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하는 '망 사용'에 대한 의무를 부과했다.

    KT는 올 초부터 글로벌 OTT 공룡으로 꼽히는 넷플릭스와 제휴 여부를 검토해 왔다. 당초 KT는 자사의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올레tv와 자사 OTT '시즌' 등에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탑재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최근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소송에 휩싸이면서 KT는 제휴 추진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와 같은 CP가 이통 3사(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을 말한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 국내 이용자 수는 지난해 2월 40만명 수준에서 올해 200만명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가입자와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 2 공개 때는 네트워크 트래픽의 과부화가 걸려 해외망을 추가 증설하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 트래픽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지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넷플릭스는 망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급기야 넷플릭스는 지난달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라는 강수를 강행, 양측의 조정안을 마련중인 방송통신위원회의 권위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관련 업계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CP들의 뻔뻔한 갑질을 손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 등 국내 CP의 망 사용료는 글로벌 CP보다 6배 가량 높다는 점에서 국내 통신사 망에 무임승차 하는 '역차별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 차원에서도 CP 규제 관련 법안 논의에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자 KT는 넷플릭스와의 제휴에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망 사용료 분쟁이 어떤식으로 마무리 될지 조용히 지켜보면서 기회비용을 고려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령 넷플릭스와 같은 CP 규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망 사용료에 따른 네트워크 설비투자(CAPEX) 전략도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KT가 자체 보유하고 있는 IPTV, OTT와의 시너지 측면에서도 당초 원하는 그림이 안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부정적 여론에 KT 이미지는 물론,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다. KT가 구축해 놓은 콘텐츠에 넷플릭스의 전용 서비스를 탑재하는 데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P 규제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상황에서 KT가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부정적인 여론과 자사 콘텐츠 매출 등의 여러 요인들을 따져봤을 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편 넷플릭스는 올해 11월 LG유플러스와의 독점 제휴 계약이 만료된다.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를 비롯한 SK브로드밴드, KT 등 이통 3사는 물론, 케이블방송까지 제휴 확대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