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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병원서 거리로 나선 ‘전공의 파업’이 남긴 숙제

10년간 4000명 ‘의사 수 늘리기’ 등 일방적 정책설계 부작용 발생 별도의 논의과정 없이 당정 결정으로 ‘강행’… 갈등 증폭의 원인 환자 생명권과 직결된 파업, 오는 14일 의협 총파업 ‘숙고의 과정’ 필요

입력 2020-08-10 14:10 | 수정 2020-08-10 16:18

▲ 지난 7일 여의도공원에서 '젊은의사 단체행동'이 개최됐다. ⓒ대한의사협회

지난 7일 7시부터 8일 7시까지 24시간 전공의 집단휴진이 있었다. 이는 정부와 여당의 의대 정원 확대 등 일련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반감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공의들의 억울함이 병원에서 거리로 퍼져나간 것이다. 서울 여의도공원, 대전 대전역서광장, 강원 강원도청, 대구 엑스코, 광주·전남 김대중컨벤션센터, 부산·울산·경남 벡스코, 제주 제주도의사회관 등 전국 곳곳에서는 전공의들의 한숨이 터졌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전공의 1만3571명(현원 기준·정원은 1만5304명) 가운데 69.1%에 달하는 9383명이 파업 참여 등을 이유로 연가를 사용했다.

전공의들이 분노를 표출한 근본적 이유는 소통이 되지 않는 정책 설계과정에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월 23일 급작스럽게 10년간 매년 400명씩 총 4000명의 의대 정원 충원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게 됐다. 

복지부는 OECD 통계를 중심으로 ‘의사 수 부족’이 증명되는 등 시급한 상황임을 강조하며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를 구사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13만명 수준이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의사 수는 10만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OECD 평균만큼 필요한 활동 의사는 16만명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정책 추진의 핵심근거였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중차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강행 드라이브를 걸었고 의료계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를 조성했다는 점이다. 관련 논의과정이나 협의체 등이 구성되지 않은 채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기에 반발이 더 거셀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의료계는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지방의사들의 근무환경 개선 등 조치를 취한 후 의사 증원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전공의의 경우는 기피과에 대한 보상 및 지원 체계가 없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실 의대 정원 충원 문제는 정부의 주장과 의사들의 논리 구조 자체에서 조율점을 찾기 어려운 해묵은 안건이다. 때문에 정책 추진 타이밍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의료계 역량이 집중돼야 할 시기에 논란이 가중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 의료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이번 파업을 주도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아무런 기준과 계획, 소통 없이 일련의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혹시 이 모든 것이 힘의 논리로 결정되었기 때문은 아닌지 불안하다. 전공의와 정부의 상설소통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과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애초에 관련법 규정에 따른 보건의료인력종합계획이 세워졌다면 이러한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의료공백 우려됐던 파업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환자의 생명, 그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대규모 파업이었지만 심각한 의료공백이나 이에 따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제한된 시간이 설정돼 교수와 전임의(전문의)들이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2차, 3차로 파업이 이어진다면 문제는 쉽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의사들의 파업은 지양해야 할 영역에 놓여있다. 타 직종과 다른 직업의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참기 어려운 분노가 발생하더라도 환자의 생명보다 중요한 부분은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 무거운 책임감을 지켜야 한다. 

돌봐야 할 환자가 많아진 코로나 시국에 파업이라는 결정은 근본적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국민의 시각에서 ‘밥그릇 챙기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파업에서 심각한 의료공백은 없었지만, 일부 병원에서의 환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수술 예약이 미뤄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공의 파업은 일단락됐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오는 14일 예고된 대한의사협회의 총파업이다. 전국 개원가의 휴진이 진행된다면, 전공의 파업과는 그 양상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강행될 전망이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정부는 의사 수 확대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가 대체 무엇이냐. 불의에 대해서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강력한 의지로 항거해서 우리의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장기적인 싸움이다. 똘똘 뭉쳐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은 탓은 정부에 있는데 피해는 환자가 보는 구조로 변질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선결과제는 정부와의 대화, 조율을 통한 합리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것이다. 

코로나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의사에 대한 존경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덕분에 챌린지’ 등 대국민 응원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 파업의 위험성을 재차 되새겨야 한다. 

미래세대인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 일련의 보건의료정책에 문제점을 드러낸 상황이므로 의협이 주도하는 총파업은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전히 확진자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시국임을 잊어선 안 된다. 
박근빈 기자 ray@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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