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삼성 60조, 로봇·배터리·AI기판·조선 재편SK 140조, 울산서 AI데이터센터 허브 구축현대차 42조·LG 9.4조, 미래차·기판·가전 투자한화 55조·두산 5.1조, 우주AI·SMR 확대
  •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협약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추경호 대구시장, 전재수 부산시장,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명 대통령,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협약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추경호 대구시장, 전재수 부산시장,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명 대통령,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사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연합뉴스
    삼성, SK, 현대차, LG, 한화, 두산 등 주요 6개 그룹이 영남권에 총 312조원 규모의 첨단산업 투자 계획을 내놨다. 구미·울산·부산·창원·거제·사천 등 기존 제조 거점을 AI(인공지능), 로봇, 우주항공, 미래차, 데이터센터,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3일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에서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별로는 삼성 60조원, SK 140조원, 현대차그룹 42조원, LG 9조4000억원, 한화 55조원, 두산 5조1000억원 규모다. 단순 투자액 순서로는 SK가 가장 크지만, 재계 순위로 보면 삼성·SK·현대차·LG·한화·두산 순이다.

    이번 발표는 영남권 산업 지도를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AI 기반 첨단 제조 체계로 바꾸겠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다만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과 함께 정부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발표 숫자보다 실행 조건이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은 영남 제조 거점을 피지컬 AI 클러스터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AI는 전통 제조 공장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중심이 된 AI 드리븐 팩토리로 바꾸고 있다”며 영남 주요 산업에 AX(AI 대전환)와 로봇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구미에 19조원을 투자해 휴머노이드 양산 체제와 제조 AX 기반 AI 드리븐 팩토리를 구축한다. 삼성SDI는 울산에 16조원을 투입해 전고체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양산을 추진한다. 삼성전기는 부산에 15조원을 투자해 AI 서버용 패키지기판과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마더라인을 구축한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에 10조원을 투입해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 인프라를 강화한다.

    삼성은 정부에 실행 조건도 분명히 요구했다. 노 사장은 “투자와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요청드린다”며 로봇 산업 특화단지 지정, 경쟁국 수준 인센티브,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주도 사업 확대를 건의했다.

    SK는 영남권을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정재헌 SK텔레콤 사장은 “AI 데이터센터는 정보를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인공지능의 지능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라며 “이 핵심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는 지금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

    SK는 2029년부터 5GW(기가와트)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열고, 이후 15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영남권에서는 울산을 1호 사업지로 선정해 100MW 규모 데이터센터를 진행 중이며, 추가 900MW를 준비하고 있다. 영남권 전체로는 2GW 이상을 구축하고 외자 유치를 포함해 약 140조원을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울산을 중심으로 AI 기반 미래차 제조 허브를 조성한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향후 10년간 영남권에 4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EV 공장과 자동화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AI 미래차 제조 거점을 만들고, 울산 배터리 시스템 조립라인, 대구 모터 제어기 생산라인, 창원 전기차용 열관리 시스템 생산라인을 2030년까지 확보한다.

    현대차그룹은 우주항공 분야 협력도 확대한다. 미국에 설립한 미래항공모빌리티 기업 슈퍼널을 중심으로 경남 사천의 KAI 등 영남권 기업과 협력해 전동화 파워트레인 기반 차세대 기체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G는 프리미엄 가전 연구개발과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 확대 등에 9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영남권 기존 가전·부품 제조 기반을 고부가 제품과 반도체 부품 중심으로 고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판 생산능력 확대는 반도체 공급망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화는 우주항공과 국방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대한민국의 AI 영토를 우주까지 확장하겠다”며 2040년까지 55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에 약 23조원, 한화시스템은 초저궤도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위성통신망 등에 약 20조원을 투입한다. 창원에는 10조원 이상을 들여 국방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두산은 소형모듈원전(SMR)과 대형 원전, 가스터빈, 수소터빈 등에 5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원전과 터빈 산업은 영남권 첨단산업 생태계의 기반 인프라 역할을 맡게 된다.

    문제는 속도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대규모 전력과 부지가 필요하다. 로봇, 배터리, 우주항공, 조선 투자 역시 특화단지, 인허가, 전문 인력, 협력사 생태계가 맞물려야 한다. 기업들이 수십조원대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정부 지원을 함께 요청한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십조원대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첨단산업 투자는 발표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며 “AI 데이터센터에는 전력망이, 로봇·배터리·우주항공에는 부지와 인허가, 세제 지원이 따라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영남권 312조원 투자를 지역균형발전의 성과로 앞세우려면 기업 발표 뒤에 숨을 게 아니라 실행 가능한 지원 일정표를 먼저 내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