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침해' LG 손들어 준 ITC… 소송전 일단락中 CATL, 작년 외부 시장서 3700% 성장률독일 등 해외 지역 공장 투자 확대 분주정부 지원 속 경쟁력 향상, 거대 공룡 탄생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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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소송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어부지리를 노리고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의 텃밭인 유럽에서 공격적으로 공장을 건설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며 3년째 지속된 첫번째 소송전이 일단락 됐다.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승기를 잡게 됐으며 미국 델라웨어연방법원, 국내법원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송전에도 유리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승자로 중국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두 회사가 기나긴 소송전을 벌이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의 텃밭인 유럽에서 공격적으로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특히 눈여겨볼 부분이 중국 기업들은 자국내 이외 지역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중국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과 비교해 낮은 품질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자국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품질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상황이다.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경우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무려 3700%의 성장률을 보이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CATL은 전체 시장에서도 지난해 9월 이후부터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투자 확대에는 더욱 적극적이다. 중국의 대표 배터리 기업인 CATL은 LG와 SK가 소송전을 벌이는 동안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추가 투자를 단행해 생산능력을 더욱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가 제 2의 CATL로 키우고 있는 파라시스 또한 메르세데스벤츠와 파트너십을 맺고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CATL은 이달 2일 쓰촨성 이빈시, 광둥성 자오칭시, 닝더시 샤푸현에 총 290억위안(약 5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빈시에는 연산 40GWh 규모로 5, 6차 공장 건설에 120억위안(약 2조685억원), 추정 연산 25GWh의 자오칭 1차 공장 건설에 120억위안, 합작사 스다이FAW의 연산 16.7GWh 규모 배터리 공장 증설에 50억위안(약 861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CATL은 최근 광둥성 정부와 전략적 협약을 체결 광저우 내 배터리셀, 배터리 소재, 배터리 회수 등 전기차 배터리 산업사슬을 구축키로 하고 2030년 말까지 광둥성 내 리튬배터리 생산능력을 150GWh로 늘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CATL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5년 말 500GWh에서 2030년 말 600GWh로 확대되며 글로벌 거대 배터리 기업 출현을 앞두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짓고 있는 미국내 공장의 생산능력은 21.5GWh에 달하는데 이 물량을 단기간 내에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배터리 공장 건설은 의사결정부터 부지선정, 현지 국가와의 인센티브 협상, 공사기간, 안정화 작업 등에 최소 3년 이상 소요되고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있는 회사들만이 투자가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은 두 공장 건설에 총 3조원을 투자했다.SK이노베이션이 ITC에서 판결한 유예기간이 지난 후에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폭스바겐과 포드에 배터리 공급을 하지 못한다면 두 회사는 현실적으로 중국 회사들을 고객사로 둘 수 밖에 없다.ITC는 LG에너지솔루션에 손을 들어주면서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간,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에 대해서서는 수입을 허용했다. 이는 포드와 폭스바겐이 이 기간 동안 대체 공급처를 찾기 위한 시간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정세균 총리 발언처럼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되는 셈이다.이로 인해 배터리 시장은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한 ‘품귀’ 현상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과 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할 여력이 있는 배터리 제조사는 현재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내 파나소닉 공장은 테슬라 전용이고 LG에너지솔루션도 GM과 합작법인 공장을 짓고 있어 타사에 대량 납품이 어렵다.포드와 폭스바겐이 국내 기업과 거래를 꺼리는 것도 걸림돌이다. 두 회사는 과거 미국 전기차 프로그램 입찰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또한 검토했으나 LG측에서 구체적인 공급 계획을 제시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다가 최종적으로 SK이노베이션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삼성SDI 역시 폭스바겐의 물량을 수주했다가, 납품 계획을 세우지 못해 ‘자진 반납'한 바 있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폭스바겐은 아시아 배터리 회사들의 의존도를 낮춰야한다며 유럽내 스타트업인 노스볼트에 투자를 해 JV 공장을 설립하고, 중국의 배터리 회사 궈쉬안의 지분을 획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완성차 업계의 경우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해 자체적으로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어 향후에는 국내 기업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