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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 학계,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11일 오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수도권과 지방,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업권내 양극화에 대한 논의를 위해 ‘저축은행 양극화 현황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제1회 저축은행 서민금융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저축은행 대표는 물론 금융위·금감원 정책당국 및 서울신용보증재단·SGI서울보증 등 유관기관 임직원이 참석했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저축은행 업계가 과거에 비해 성장성 및 수익성 등 경영상황이 안정화되고 있으나, 이는 수도권 및 대형 저축은행에 집중되고 있다”며 “지방저축은행은 지역의 인구감소 및 경기침체 등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금융당국도 수도권과 지방 격차 완화를 위해 지방 저축은행의 영업구역내 여신비율 완화 등의 조치를 했고, 최근에는 저축은행간 M&A 허용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방 저축은행 경영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남재현 국민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저축은행 양극화 현황과 개선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남재현 교수는 저축은행 양극화 원인을 크게 ▲저금리 추세 지속 ▲지역경제 침체 ▲복수영업구역 규제 등 3가지로 꼽았다.
남 교수는 “저축은행은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수도권과 지방저축은행간 격차해소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제도개선 등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 교수는 ▲소형저축은행의 규모 확대 ▲지역경기 활성화 ▲영업구역 규제 합리화 ▲공적보증 연계로 관계형 금융 지원 ▲지역금융 활성화 지원 등 구체적인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원활한 인수․합병 등을 통한 지방 소형 저축은행의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며 “지방 저축은행간 M&A 허용 이외에도 지방 저축은행 매수가와 매도가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자체, 업계 등의 공동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영업구역 관련 규제의 합리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저축은행간 M&A 허용의 경우에도 피합병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에 대한 의무 여신비율 적용 예정이므로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다만, 업권의 양극화 해소보다 더 큰 틀에서 합리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저축은행이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효율적 자금 공급을 위한 관계형 금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보증체계가 필요하다”며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공적보증 연계를 통한 관계형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은 기존의 중소 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보증에 추가해 은행이 취급할 수 없는 중소 서민금융기관 전용 보증 상품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교수는 “비수도권 소재 중소형 저축을행은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의 지방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해 지역금융 활성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저축은행 자체의 내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며 “이후에 보증이나 협력 등이 이뤄져야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교수는 “상호저축은행법상에는 지역이라는 의미가 없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차라리 저축은행도 종합금융업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판 자체를 뒤집어야 한다는 역발상을 내놨다.
수도권 중심의 대형저축은행 대표로 참석한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는 “공적보증 연계를 통한 관계형 지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대출을 해줄만한 곳을 찾기 힘드니까 보증비율을 낮추고 금리를 높이면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대출 고객을 저축은행중앙회가 모아서 지방 중소 저축은행에 제공하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 중소저축은행 대표로 참석한 홍승덕 아산저축은행 대표는 “영업규제 합리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 문제”라며 “인력확보 등 지방 중소저축은행을 위한 차별화된 관리가 필요하고, 수익이 날 수 있도록 유연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양극화 관련 지방 저축은행들이 나빠졌다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수도권 저축은행들이 잘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권대영 국장은 “지방 저축은행은 인력 구하기도 힘들고, 특히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력 확보가 어렵다”며 “지역에 특화된 소규모 관계형을 만들 필요가 있고, 저축은행중앙회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픈뱅킹,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 등 공동 플랫폼이 대표적”이라며 “핀테크 및 빅테크들과도 제휴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건전성 측면에서도 언급했다.
권 국장은 “저축은행이 코로나19 관련 여신공급 규모가 가장 크고, 특히 가계 비중이 높다는 것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큰 저축은행은 IFRS 등 건전성 규제를 한 단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