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국내외 증권사 9곳에 과징금 사전 통지"시장 조성 업무 적법하게 수행, 납득 어려워"적극 소명 계획, 업계 공동 대응 나설 가능성도
  • 유동성 개선을 위해 도입된 시장조성자 제도가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위기를 맞았다. 시장질서 교란 혐의로 국내외 증권사 9곳이 과징금 사전 통지를 받은 가운데 혐의 적용 배경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에 시장질서 교란 혐의를 적용해 과징금 480억원을 부과하겠다고 사전 통보했다. 당국은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이들 증권사가 지나치게 많은 주문 정정, 취소로 시세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조성자는 주식 시장의 유동성(자금 흐름)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매도·매수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하도록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투자자 또는 기관을 말한다. 

    금감원의 과징금 엄포에 대해 이들 증권사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조성 행위 속성상 호가 정정·취소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원활한 시장거래를 위해 금융투자회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은 셈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행위 자체가 종목의 정상적인 거래를 하기 위해 호가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를 분명 인지하고 있는 당국이 불공정거래로 판단한 것은 매우 당혹스럽다”며 “각 증권사별 적극적인 소명에 나설 뿐 아니라 업계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의견서 제출을 통해 소명에 나설 계획이며, 향후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서 불공정거래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시장조성자 제도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매도 제도를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시장조성자는 줄곧 의혹의 대상으로 거론됐다. 이에 거래소는 작년 공매도를 통한 하락시세 조종 여부를 자체 검토했으며, 시세조종 의심되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유형에는 시세조종(주가조작), 미공개정보 이용(내부자거래), 부정거래,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이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전 통보한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작년 시세조종 검사는 전혀 결이 다르다. 불공정거래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 조사기간이 겹치는 것은 중요치 않다”며 “시장 조성을 하기 위해선 정정과 취소가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당국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준 부분을 어떻게 보고 적시했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구체적 진단이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