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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毛퓰리즘 설계자에게 묻는다 … 학자 양심 어디로 갔나?

김윤 교수의 탈모 공약 셈범, 기존 주장과 ‘정면 대치’의학적 불필요 행위도 보장… 재정 투입 추계도 ‘엉터리’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고려 없이 ‘폭탄 돌리기’

입력 2022-01-17 14:52 | 수정 2022-01-19 15:08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탈모 공약' 홍보물.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탈모 급여화(탈모약, 모발이식, 가발)는 표심을 흔들기 위한 유혹의 몸짓이다. 정식 공약으로 채택됐고 젊은 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지만 건강보험 기본원칙의 훼손과 맞물려 있어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탈모 공약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당혹스러운 등장이 있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신복지위원회 보건의료분과장)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공약 설계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탈모약에서 멈추지 않고 가발, 모발이식까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방식에 대해 논했다. 작년 말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17조원이 있다는 근거를 들었고 투입되는 재정은 급여 기준을 제한해 적용하면 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이재명 캠프에서 보건의료 공약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김윤 교수가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탈모 공약에서 만큼은 그의 소신이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불과 몇 년 전의 그의 발언은 현재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애초에 김 교수는 보장성 강화와 관련 “건강보험은 필수적인 부분을 보장하고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고급의 서비스나 개인의 선호에 따라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에 대해서 보장하도록 역할을 명확하게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비급여를 권유하거나 남용하는 것은 모두 심각한 재정적 낭비를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의 영역에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근본적 사안으로 짚고 파격적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례로 사망률을 줄이지 못하는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퇴출론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뢰를 받아 진행한 의료이용지도(KNHI_Atlas)에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김 교수가 탈모 공약을 옹호하면서 정책 설계까지 아우르는 결정을 했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다. 

◆ 탈모까지 건강보험, 원칙은 사라진 지 오래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적 의료공급체계 개편이라는 대의명분은 대선판에서 사라졌고 탈모 공약으로 변했다. 건강보험 재정은 곧 다가올 초고령 사회를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곳간인데 이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 확산에 따라 국민이 병원에 다니지 않은 특수한 상황에 의한 반사이익으로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유지되고 있지만 추후 지출하는 만큼 채워놓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묵인해선 안 되는 중차대한 시기다. 

노인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인구절벽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대책 없이 함부로 퍼다 쓰는 공약은 몰락의 지름길이다. 탈모 공약은 나비효과로 번지고 이내 화살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질병으로 인한 탈모는 제도권 안에서 보장된다. 원형탈모증, 안드로겐탈모증, 흉터탈모증, 기타 비흉터성 모발 손실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노화와 유전에 따른 탈모까지 커버한다는 비상식적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러한 탈모 보장의 논리가 통용되면 남성 갱년기 치료를 위한 남성 호르몬 요법을 급여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동시에 외모 스트레스로 인한 다양한 미용목적의 성형도 국가가 책임져야 마땅하다. 수많은 비급여 중에서 왜 탈모만 공약으로 잡았는지 형평성 문제가 따라붙는다. 
  
이 후보의 탈모 공약에서 탈모인을 1천만명으로 예측했다. 모발이식과 가발을 제외한 탈모약 관련 재정 투입만 700억~800억원으로 잡았다. 수용가능한 규모이며 심각한 질환이라고도 설명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 상황에선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탈모약은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기 어려워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급여 기준을 통해 정해진 기간만 보장하는 방식 역시 통용되기 어려운 구조다. 평생 보장이 불가피한 영역에 있다. 

기본적으로 의료공약은 면밀한 추계와 우선순위의 가치가 적용돼야 한다. 이 부분이 소홀해지면 국민 건강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실제 문케어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뇌MRI 등은 예상 소요재정 대비 2배 이상이나 들어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반해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위한 신약 급여화는 저조했다. 재정은 한정적이라는 간단한 사실 때문이다. 

毛퓰리즘 설계자에게 묻는다. 탈모 공약이 과연 합당한 정책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말이다. 그 이면에 감춰진 부작용을 알면서도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면 이는 학자의 양심을 팔아먹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차기 정권까진 폭탄이 안 터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건강보험 재정을 두고 다양한 공약이 설계되고 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기에 다음으로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멈춰야 한다. 40년된 건강보험은 대선판에 휘둘려 위태롭기 그지없다. 

박근빈 기자 ray@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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